미즈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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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49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평범한 일상에서도 도전해야 할 때



호주는 이민자의 나라다. 발견되지 얼마 되지 않은 신대륙이고, 광활한 자연과 온화한 기후 탓인지 사람들은 개방적이고 온화하다. 새로운 곳에 터를 잡으려는 이들에겐 다른 곳보다 벽이 낮다. 그렇다고해도 이곳 체제에 익숙해지고 자리를 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도 도전해야 얻을 수 있는 일상에서, 이방인인 나와 아이들을 확인한다.


익숙해져도 속시원하진 않은 ‘영어’

한국이 생각날 때는 아무래도 익숙함이 그리울 때다. 내가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고 이곳 문화에서 자란 사람이 아님을 마주할 때, 설명하고 이해하지 않아도 몸과 마음이 알고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바로 말로 표현하며 나눌 수 있는 내 나라에 가고 싶다.
특히 언어는 여전한 장벽. 영어가 아무리 유창해도 속상할 때, 기쁠 때 혹은 일상에서 불쑥 솟아나는 감정을 한국어만큼 속시원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내가 하는 말이 내 마음을 다 담지 못할 때, 그런 일상을 매일 마주할 때 한국이 그립다.
2010년의 일이다. 자원봉사를 하러 병원에 간 날, 봉사 대상 명단을 받으려 사무실 문을 열었더니 의사와 간호사 서너 명이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아!! 한국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피부색이 다른, 영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내가 영어로 인사하고 무엇인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순간 스트레스가 됐던 모양이다. 이런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반복된다.
지금 직장에서도 일을 할 때는 의사소통의 문제가 거의 없지만, 직원 휴게실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말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알아듣지 못하는 속어가 난무한다. 웃음의 포인트도 달라 다들 웃음을 터질 때, 혼자 웃지 못하는 상황은 시간이 가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두 아들 영어 공부는 학교에서만
내 경험에서 보듯 이민 가정의 가장 큰 고민은 언어 교육이다. 본인은 물론, 자녀의 언어 적응이 일순위다. 나 역시 두 아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서툰 영어가 가장 걱정됐다. 조금이라도 빨리 익숙해지라고 방과 후에는 학교 숙제와 영어책 읽기 등 영어 교육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3개월 후 집에서의 스파르타식 영어 공부는 자취를 감췄다.
계기는 나의 영어 학교 입학.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익숙해졌을 무렵 이민자에게 500시간 동안 영어 수업을 무료로 제공하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나는 알아듣지도, 말도 못하는 상태에서 하루 7시간을 꼬박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체감했다. 게다가 아이들은 영어와 함께 학교에서 친구 사귀기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으니 그 어려움을 말로 어찌 표현할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위로를 주는 집이 필요할 것 같았다. 학교에 다녀온 두 아들과 동네 공원에서 농구를 하거나, 숨바꼭질을 했다. 두 아들은 그때 집에 가면 언제나 자신들이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는 엄마가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기댈 수 있는 집이 있어서 두 형제끼리 학교 안에서의 문제를 씩씩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그렇게 우리 가족은 서로 위로하고 기대면서 이곳에 적응해나갔다. 다행히 두 아들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고, 시간이 걸렸지만 영어도 불편함 없이 사용하며 호주와 한국 문화를 두루 잘 이해하는 성인으로 자랐다.
그래도 걱정은 된다. 어려서부터 이곳 언어를 사용했고,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을 만나 왔기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은 덜하겠지만, 이민 1.5세대라는 이방인으로 이 사회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으리란 생각 때문이다. 이곳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직장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두 아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싶어 종종 마음이 무거워진다.




통신원으로 원고를 쓰는 과정이 9년간의 이민 생활과 자녀 교육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내 글들이 뜬구름 잡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나 걱정스럽기도 하다. 사실 나는 아이 교육과 관계 중 극단적으로 관계를 선택했다.
여느 한국 엄마처럼 나 역시 교육열이 높고, 우리 아이가 남부럽지 않게 성공하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힘겨움을 같이 겪었기에 채찍질보다는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결과보다 과정을 견뎌낸 것을 더 많이 칭찬하고 싶었고, 나도 아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얻고 싶었다.
교육에는 정답이 없고, 지금 내놓을 결과물도 없다. 나와 아이들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을 떠나도, 아이들에게는 할 말이 여전히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두 가지 밖에는 없다. 어디서든 부모의 고민은 놓아버릴 수 없음을 10번의 원고를 쓰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서 아이의 미래를 위한 독려도 좋지만 지금의 고민과 어려움을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간 부족한 글을 읽어준 <미즈내일> 독자께 감사를 전한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기존의 해외통신원과 더불어 학부모의 경험담을 담은 학부모 해외통신원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미국, 오세아니아, 유럽과 아시아권에서 자녀와 함께 좌충우돌 중인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눈으로 본 세계 교육의 빛과 그림자를 생생하게 전합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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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2월 8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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