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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50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자녀 맞춤 빅데이터 엄마 수첩이 신학기 필수품




캐나다 학교는 엄마가 할 일이 산더미다. 등교부터 하교, 방과 후는 물론 주말까지 마치 로드매니저처럼 자녀 곁을 지키고, 관리해야 다. 그런 만큼 이곳의 신학기엔 엄마들의 필수품이 하나 있다. 바로 Mom’s Calendar, 이른바 엄마 수첩이다. 자녀의 학교 행사나 학습은 물론 과외 활동, 식단·건강 관리까지 내 자녀만을 위한 알짜 정보를 담는다. 매해 쌓여가는 정보는 엄마가 만들어가는 내 자녀 맞춤 교육 빅데이터와 같다.


물품 구입부터 방학 캠프 정보 한 권에

엄마 수첩은 일종의 다이어리로, 여름방학이 끝나는 8월부터 다음해 12월까지 보통 17개월로 구성된다. 이곳 학부모에겐 자녀의 1년 생활을 좌우하는 중요한 물건이다. 발레나 피아노 등 방과 후 예체능 수업은 정기 등록 시기를 놓치면 다음해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라 일정 관리는 필수이기 때문.
수첩에는 학교 시험 일정이나 방과 후 프로그램은 물론, 1년 이상 장기 예체능 프로그램, 교내외 도서관 무료 프로그램, 치과 정기검진까지 학교를 다니는 자녀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는다. 수첩의 활약은 신학기 물품 구입에서부터 시작된다. 캐나다에서는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사무용품 전문 판매점에서 1년치 학용품을 구입하는데 이때를 놓치면 공급사를 따로 찾아야 하거나 아예 구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 목록을 처음 받았을 때의 난감한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학교 앞 문구점은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어디서 물건을 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duotang, sharpie* 등 듣도 보도 못한 이름도 많다.
그러다 딸이 성장할수록, 수첩의 기록이 길어졌고 학용품 구입은 가장 간단한 일이 됐다. 세일 시즌에 달러숍이나 월마트에서 같은 품질의 제품을 70 % 이상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어린이·청소년에게 제공하는 7% 면세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무료로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프로그램 일정도 수첩에 빼놓을 수 없는 정보다. 일례로 2년 전 코딩이 정규 교과가 됐을 때 집 주변 도서관 두세 곳에서 무료 수업을 들었다. 수업 내용이 알찼고, 어떤 곳은 유료 강의보다 나았다.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는 다음해 도서관 프로그램을 고를 때 큰 도움이 된다.


학업·진로 선택 기반되기도
엄마 수첩의 역할은 일정 관리로 끝나지 않는다. 일정은 기초 재료일 뿐 진짜는 학습과 진로 설계다. 중학교,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전공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참고 자료다.
캐나다 학교는 덜 경쟁적이지만, 진로 설계는 중시한다. 보통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칠 때쯤 부모와 자녀가 머리를 맞대고 향후 10년간의 로드맵을 그리기 시작한다. 초등 7년, 중학 3년, 고교 4년제 혹은 초등 7년과 고교 5년 학제를 병행하는 캐나다 교육 환경의 영향이다. 대학을 겨냥한다면 중학교부터 잘 골라 가야 하고, 학습강도가 센 대학 1학년 시기의 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고교 단계에서 AP나 IB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는 어떤 대학, 직업, 전공과 관련한 목표를 세운다기보다 자녀의 소질과 흥미를 바탕으로 성향에 맞는 상급 학교들을 찾아 자격 조건을 살펴보고 장·단기적으로 해야할 것들을 미리 알아둔다. 이후 연령이 높아질수록 쌓인 정보와 자녀의 성향, 역량 정도를 반영해 계획을 구체화한다.
예를 들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IB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면 중학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고 설계해 자녀의 성향에 맞는 학교를 찾아보는 식이다. 일부 고교는 별도의 IB 과정을 9학년부터 운영한다. 입학 시 성적과 추천서의 평가 비중이 동등한데 원서 접수 시기는 8학년 학기를 시작한 지 4개월 후인 1월이다. 7-5학제를 이수한 학생은 고교 진학 직후라 교사 추천서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합격해도 재학 중인 학교에서 IB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로 1년 만에 다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사춘기 정서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처럼 진학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의 설명회, 원서 접수, 시험 등의 정보가 축적되어 있지 않으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최악의 경우는 기회를 상실하거나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해가 갈수록 엄마 수첩이 딸과 나를 연결하고 딸의 과거부터 현재와 미래를 잇는 다리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성장기 자녀의 모든 것이 정교한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되며 누구보다 정확하고 진솔한 정보를 담아나가기 때문이다. 자녀가 성장하는 만큼 움직이고, 숫자나 통계뿐 아니라 아이의 정서까지 고려된 자녀 맞춤형 아날로그 빅데이터인 셈.

동시에 엄마 수첩은 캐나다 교육에 있어서도 학부모의 역할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학교 수업과 자기 주도학습을 배워나가고, 진로를 고민하는 바탕에는 결국 엄마 정보와 발품이 크게 반영된다. 어디서든 학생 자녀를 둔 엄마로 살기는 쉽지 않다.




캐나다, 일본, 스페인,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2기 학부모 통신원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직 이나 교육, 이민 등 다양한 이유로 외국에 자리를 잡은 4인의 통신원들이 같으면서 다른, 다르면서 비슷한 외국의 중·고교 생활과 학부모의 역할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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