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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51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특별한 고교 입학식 스타킹색까지 신경 써야




입시 경쟁은 일본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학교의 학업 수준이 공공연하게 노출되고, 서열화도 일반적이다. 반면 대학 진학률이 50% 정도이고, 기술직의 사회적 지위도 높아 학력 차별은 덜하다. 드라마나 만화로 알려진 것과 달리 유치원부터 입시를 치르는 일은 흔하지 않다. 오히려 대입 혹은 취업과 직결되는 고교 수험을 특별하게 여긴다. 대다수 일본 고등학교는 시험을 통과해야 입학할 수 있다. 그만큼 학부모에게도 고교 입학은 특별하다. 입학·졸업식에 함께하는 것은 당연하고, 의상까지 갖춰 입어야 한다. 스타킹색까지 고려해야 하는 점은 외국인 부모에겐 많이 낯선 부분이다.


특별한 입학식, 학부모도 복장 규범 엄격
일본에는 초·중학교는 물론 유치원까지 치열한 입시 경쟁을 치르고 입학하는 명문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가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라 대부분의 학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준비 없이 입학할 수 있고, 집 근처 학교를 다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교는 다르다. 학업 수준이나 진로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고, 수험을 치러야 진학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고교 졸업생의 절반이 대학 진학 대신 전문학교나 취업을 선택한다. 고등학교가 어떤 이들에게는 사회에 진출하는 관문일 수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첫 수험을 통해 입학하는 학교인 만큼 특별한 교육과정으로 인식한다. 학부모나 친지들이 고교 입학·졸업식에 참석해 격려하고, 기쁨을 나누는 이유다.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유일한 학교 행사 역시 입학식과 졸업식이다.
4월의 입학식은 활짝 핀 벚꽃에 둘러싸여 진행된다. 화사한 이미지는 실상과 다르다. 입학식은 학교 관계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 모두 격식을 갖춰 참석해야 하는 무거운 자리다. 일본은 의복 예절이 매우 엄격하다. 입학식에서 학생은 새 교복, 교장은 연미복, 교사는 기본 정장을 입어야 한다. 학부모도 정장을 입고 새 출발을 의미하는 밝은 색의 넥타이와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외국인 학부모는 이를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한 지인은 아들의 입학식 때 정장을 입고 검정 스타킹, 하이힐을 신고 참석했다. 주위 일본 엄마들의 밝은 색 투피스 정장, 코사주와 진주 목걸이, 살색 스타킹을 보고 화려하지만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했단다.
입학식 후 아들과 같은 반에 배정된 한 일본인 엄마에게 서툰 일본어로 인사를 건넸더니 “외국인이라서 검정 스타킹을 신으셨군요. 일본의 입학식에서는 안 돼요”라는 조언을 들었다. 현지 예절을 몰라 겪은 일이라지만, 스타킹색까지 신경 써야하는 복장 예절에 갑갑함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공립학교 입학 위해 두 번 수험 치른 딸
대부분의 일본인과 달리, 나와 딸에겐 고교보다 중학교 입시가 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중학교를 수험을 치러 입학했고, 고교는 시험 없이 내부 진학했기 때문. 일본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지만, 외국인에겐 선택이다. 초등학교 과정인 소학교부터 딸은 입시를 치르는 학교를 선택했다. 6살에 일본에 온 딸은 2년 후 국립과 사립 소학교 두 곳에 합격했다. 국립학교를 우선순위에 뒀지만, 추첨에 밀려 사립학교에 입학했다. 딸이 입학한 학교는 중·고교는 물론 대학까지 일정 성적을 갖추면 입학이 가능했고, 나름 이름이 알려진 명문재단의 학교였다.
하지만 딸도, 나도 국·공립학교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했다. 결국 소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수험을 다시 준비했다. 국어·산수(수학)·이과(과학)·사회가 수험 과목인데 배점이 높은 국어와 산수를 중심으로 공부했다. 실질적인 수험 준비는 학원인 ‘쥬쿠’의 도움을 받았다. 학교마다 다른 시험 방식, 출제 경향 등의 정보는 쥬쿠에서 얻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본인 사이에서 한국인으로 합격하기 위해 딸은 몇 년간 배워온 발레, 피아노 등 예체능 수업이나 외국어 수업을 중단하고, 친구들과의 놀이 시간마저 줄였다. 다수의 일본 가정과 달리 우리 가족에게 중학교 입학식이 더 뭉클하고, 기억에 남은 이유다.




딸의 고등학교 입학식은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인들과 일류대학 교수들의 강연회였다. 일본이 아닌 세계에서 활약하라는 메시지를 이들을 통해 전한 것. 한국에서 가까운 이웃나라이지만 가장 먼 나라이기도 한 일본. 두 나라 중 어느 쪽의 교육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는 어렵다. 일본도 입시 경쟁이 만만찮고, 교육 정책도 크게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나와 딸이 경험한 학교는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딸아이의 고등학교 입학식을 통해 재학생들의 자부심을 넘어 시민의 신뢰를 받는 공립학교의 모습을 엿봤다.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훌륭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학부모에게도 축하와 격려를 유도하는 것을 보면서 일본이 기초 학문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해외통신원캐나다, 일본, 스페인,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2기 학부모 통신원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직이나 교육, 이민 등 다양한 이유로 외국에 자리를 잡은 4인의 통신원들이 같으면서 다른, 다르면서 비슷한 외국의 중·고교 생활과 학부모의 역할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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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3월 8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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