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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52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결원 없나요?” 입학 위해 학교 찾아 삼만리



스페인에는 중학교 입학식이 따로 없다.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한 학교에서 공부하다 보니 대부분 미사로 대체한다. 이주 5년 차에 접어든 나에게 새 학기 새 학년은 설렘보단 걱정이 앞서는 시기이다. 혹시 유급될까 마음을 졸이는 것. 나이와 학년이 함께 올라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한국 교육을 받은 내겐 낯선 일이다. 온 사회 공동체가 함께 교육하는 환경이 좋아 스페인에 왔고 남과의 경쟁을 담지 않는 등수 없는 성적표에 환호했지만, 내 아이가 남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을 과감히 놓기는 어려웠다.

영미권 아닌 스페인을 선택한 이유
“왜 스페인이야?” 다시 외국행을 결심한 내게 모든 지인들이 했던 말이다. 영어권 나라도 아니고, 교육으로 알려진 곳도 아니라 무모해 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유럽이나 남미에서 통하는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고, 유럽연합의 일원으로 교육이나 진로에 있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유럽에 와보니 영어를 중시하지 않는 분위기다. 상급 학교나 기업에서 별다른 점수를 요구하지고 않고 비중도 거의 없다. 오히려 프랑스어·포르투칼어·독일어 공부를 권장한다. 여기서 스페인어의 매력이 발휘된다. 스페인어는 배우기 가장 어렵지만, 라틴어의 뿌리를 잘 보존한 언어다. 배워두면 영어나 프랑스어 등 서구 언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보통 스페인어를 완벽히 구사한다면 다른 서구권 언어를 6개월에서 1년 정도 배우면 일상 회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스페인 사람 다수가 3~4개 국어를 구사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16세 이하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1위라는 점이 마음을 끌었다. 스페인 기업의 퇴근 시간은 대부분 5시인데, 자녀를 하교시켜야 하는 학부모들을 고려한 조치라니 아들과 내가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굳게 마음먹고 온 스페인이지만, 아들이 다닐 학교를 찾는 것부터 생소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은 일단 결원이 생긴 ‘반사립’ 학교를 찾아야 했다.
스페인에서 외국인 자녀가 유학 비자를 받으려면 국·공립학교에는 다닐 수 없다. 스페인의 중산층 부모들이 선호하는 반사립학교는 원래 사립학교였으나 경기 불황으로 정부의 보조를 받게 된 곳이다.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한 재단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만족도가 높아 전학률이 낮다. 아들처럼 중학생 이하 단계에서 중도 입학할 땐 학교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다.
9월에 새 학년을 맞는 스페인은 5월 중순, 신학생 모집을 시작하고, 7월 결과 발표 후 입학 허가증을 준다. 반면 아들 같은 전·입학생은 교육청에 의뢰해 결원이 난 학교마다 따로 원서를 써야 한다.
우리 가족은 10월에 입국해 학교 찾기가 더 어려웠다. 교육청에서 알려준 몇몇 곳을 방문해 교장과 상담한 후 간신히 입학 허가를 받았다. 외국인 자녀를 위한 학교 시스템을 확인하고, 교장과 상담 후 입학을 허가받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설레는 신학기? 유급 산부터 넘어야
한국과 달리 입학식이나 졸업식을 따로 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중학교까지 같은 학교에서 배우니 교내 성당에서의 미사로 대체하는 곳이 많다. 내 경우 아들이 중학생이 된다는 설렘보다 유급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컸다. 스페인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4년, 고등학교 2년 시스템으로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며, 유급 제도가 있다.
평균 성적이 좋아도 학습 태도가 좋지 않거나 스페인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 중 하나라도 평균 이하라면 자동 유급된다. 생각보다 학습이 빡빡한 셈. 중간·기말고사는 없지만 모든 과목에서 주관식 단원 평가를 한다. 주 2회 학교 시험을 치르는 데, 유급은 물론 고입을 좌우하므로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면 소홀할 수 없다. 중3부터 문·이과를 나눠, 계열별 주요 과목 내신 성적이 10점 만점에 5점 이상이고, 고입 시험을 통과해야 인문계 고교에 갈 수 있다.
아들의 걸림돌은 다른 유학생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어였다. 고교 진학을 앞둔 중4 학생의 스페인어 실력은 스페인능력 DELE 시험 B2이상, 즉 국내 대학교 스페인어과 졸업생 수준이여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 다행히 교내 학습 도움 시스템의 도움을 받았다. 뒤처진 과목은 교사들이 기초부터 다시 가르쳐준다. 부족한 아이도 학교에서 책임진다는 느낌이라 고마웠다.



사실 스페인에선 새 학기나 새 학년이라고 해서 따로 준비할 것이 없다. 내가 알던 성적표와 달리 등수도 없기에 아들이나 나나 여기 학생들처럼 성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다만 새 학년이 될 때마다 혹시 유급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는 것만큼은 떨칠 수 없다. 이곳 학생과 학부모들은 유급을 하거나, 다소 진도가 늦어 수업 시간에 따로 불려가 배우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며, 제대로 다시 배우려 한다. 이를 동경하고 따르고 싶어 하면서도 여전히 늦됨을 불안해하는 나를 이때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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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3월 8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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