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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55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무너진 자존감에 택한 도피 유학, 그리고 지금의 나

꿈 많던 15살 소년, 일본 건축 유학을 꿈꿨지만…
요즘엔 자하 하디드와 같은 세계적인 건축가가 우리나라에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20년 전만 해도 건축 분야는 인기가 없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하고, 블록 장난감에 관심이 많아 건축가를 꿈꿨다. 15살이 되던 해 일본에서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나왔고, 그때 나는 일본 유학을 꿈꿨다. 일본은 일찍이 건축 관련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돼 있었고 안도 다다오와 다케후미 아이다 등 유명 건축가가 등장한 상황이라 내 꿈을 이루기에는 최적의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 유학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고, 국내 대학 진학을 위해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다.



한국의 입시제도 버거워 선택했던 미국 유학
중학교 때 나는 전교회장을 맡으며 성적도 최상위권인 학생이었다. 그러나 고교 진학 후 떨어지는 성적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자존감이 무너진 나는 자살까지 생각했다. 결국 어머니 가슴에 비수를 꽂고 정신과 진료도 받았다.
고교 2학년 1학기 때 어머니는 미국 유학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처음에는 고민하지도 않고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기말고사에 조금씩 마음이 흔들렸고 이대로 버티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다. 그 당시엔 그저 미국에 가면 지긋지긋한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유학이 더 큰 시련으로 다가올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생각해보면 나와 같은 도피 유학생에게는 어떤 목적이 없는 게 당연했다. 부모 역시 미국에 가서 영어라도 배우라는 심정으로 유학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표를 명확히 하고 유학을 준비한 학생과 달리 현실을 피해 유학을 선택한 학생들은 영어 실력을 비롯해 대학 정보, 유학 동기까지 뭐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다른 유학생에 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더 많이 노력하고, 스스로 공부를 찾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에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감시 아래 학교와 학원 그리고 과외까지 경험한 도피 유학생에게 미국은 지상낙원 같은 느낌이라 주변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내 경험에서 나온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지만, 주변의 여럿 도피 유학생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국에서 2년제 대학 진학 후 조지아공대로 편입
도피 유학생들은 대개 2년제 대학에 진학한다. SAT라는 미국의 수능을 못 본 것은 아니었지만 나 또한 그랬다. 사실 대다수 도피 유학생의 경우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하면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2년제 대학에 입학한다. 한국에서와는 다른 장밋빛 인생을 기대하고 온 미국 유학에서 또다시 패배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첫 학기를 보내는데 내 자신이 그렇게 초라하고 한심할 수가 없었다. 내 느낌인지 몰라도 4년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의 시선도 차가웠다. 이것은 나에게 큰 동기로 다가왔다.
3학기를 2년제 대학에서 보냈다. 보통 4학기나 5학기 후에야 편입 조건을 충족하는데, 나는 SAT 점수와 AP 점수 등 여러 교내외 활동을 통해 편입 조건을 다른 편입생에 비해 빨리 맞춘 편이다. 물론 2년제 대학의 수업은 쉬운 편이지만 매학기 21학점의 수업을 듣는 것은 쉽지 않았다. 3학기 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공부에 지쳐 쉬고 싶을 때마다 4년제 대학생들의 시선을 떠올리며 나를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2년제 대학에 입학했다가 4년제 대학에 편입하는 것이 유학생들에게는 보편적인 과정이다. 편입은 대학마다 조건이 다르지만 편입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알아간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1. 미국 고교에서 밴드 활동을 했다. 보통 다른 학교와 시합 등을 할 때 연주를 한다.
2. 유학 기간 중 사진기가 위로가 됐다. 사진을 통해 추억을 떠올리며 많은 힘을 받았다.
3. 편입한 조지아공대에서는 분필로 그린 그림을 흔히 볼 수 있다.
동아리 홍보 또는 사회적 이슈 등을 바닥에 그림으로 표현한다.
4. 복수전공인 건축학 수업 때 디자인을 발표하는 모습이다.



건축학자를 꿈꾼 내가 토목공학을 선택한 이유
미국 사립 고교 주니어로 유학을 시작했고, 처음 1년은 누나가 대학을 다니고 있어 함께 생활했다. 건축학자가 꿈인 내가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건축의 세계를 잘 몰랐던 나는 그 당시 건축학을 공부하려면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 커 건축학에 가장 가까운 토목공학을 선택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 고정관념이 깨졌고, 건축의 꿈을 포기하지 못해 복수전공으로 건축학을 선택했다.
15살 때 꿈꾸던 건축학을 늦었지만 공부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건축학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렵고 힘들 뿐 아니라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여러 고민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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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제(토목공학) spark670@gatech.edu
  •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8년 04월 8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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