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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57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기초과학 튼튼한 일본 유학을 꿈꾸다




일본 유학,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중2 때까지 한국에서 평범하게 생활했던 내가 일본 유학을 결심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중2가 되던 해에 일본에서 근무하게 된 아버지는 1년간 ‘역 기러기 아빠’ 역할을 자청하셨다. 가족 모두 떨어져 살아야 하는 상황을 힘들어했지만 부모님은 곧 고등학생이 되는 나의 혼란을 염려해 내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었고,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는 일본 유학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친척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일본은 거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유학하기에 무난하고 인구와 국토의 차이 등을 감안하면 한국보다 시장 경제 규모가 크며, 사건 사고가 빈번한 동남아시아나 미국보다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예전만큼 한일 관계가 나쁘지 않아 언어 문제만 해결하면 살기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문법 교재 등을 활용해 일본어를 독학했다. 어느 정도 일본어에 자신이 붙었을 때 일본 유학을 설득하려던 것이었다. 유학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부모님은 나의 준비성과 결단력에 유학을 승낙하셨고, 가족은 일본에서 함께 살게 됐다. 나의 일본 유학은 그렇게 시작됐다.


입학 까다로운 기초공학부에 도전하다
부모님이 나의 일본 유학을 걱정했던 이유는 성적과 언어였다. 그런데 실제 유학 생활에서 두 가지는 어렵지 않게 적응했다. 고2때 전국 영어 모의시험에서 단독 1위를 했고, 한국의 수능과 같은 일본의 입시 시험인 센터 시험 일본어 영역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한국에서 과학영재반에 소속돼 여러 실험에 참가하는 등 과학에 관심이 많았기에 일본에서도 당연히 이과 과정으로 진학해 자연 계열이나 공학 계열의 공부를 하고 싶었다. ‘탐욕스럽게 도전하자’는 내 좌우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히 학문에 관해서는 욕심이 많았다. 자연 계열과 공학 계열 모두를 공부하고 싶었다. 이런 내 학업 욕구를 충족해줄 곳이 바로 현재 다니는 오사카대학의 기초공학부였다. 기초공학부는 일본에 단 두 대학에만 개설돼 있는데, 다른 대학은 학문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기초공학부라는 전공 이름만 들으면 공학의 기초를 공부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 이학부와 공학부보다도 선발 과정이 까다롭고 합격선이 높다. 전공 공부 역시 어렵다.


일본 현지 학생과 당당히 경쟁
오사카대학 기초공학부에는 정시와 수시 두 입시 전형이 존재한다. 수시 전형으로 입학하기 위해서는 서류 전형에 통과한 다음 1차 센터 시험과 2차 면접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수시 모집 비율도 정원의 10%밖에 되지 않아 경쟁이 치열하다. 대다수 학생이 입학하는 정시 전형은 면접 대신 2차 필기시험을 실시한다.
나는 1차 센터 시험에서 수학 두 과목(IA/IIB)과 물리 영역에서 만점을, 영어와 일본어 영역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2차 면접에서는 학생 한 명을 교수 네 명이 평가하는데, 보통 지원 동기를 이야기하고 자기소개 등을 한 후 즉석에서 어려운 물리·화학·수학 문제를 풀고 설명하는 형식이다. 2차 면접을 통과한 배경에는 과학 관련 지식을 열심히 쌓아온 것도 있지만, 중3이라는 이르지 않은 시기에 유학을 결심한 후 언어 장애를 극복하고 열심히 공부한 것이 높게 평가받은 듯 하다. 또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며 형성된 생각이나 가치관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나는 일본 현지 수험생과 경쟁해 당당히 차석으로 합격했다. 입시가 끝나고 면접은 어땠냐고 조심스레 물어보는 부모님께 걱정 말고 입학금을 준비해달라고 했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기초과학이 튼실한 일본, 과학도를 꿈꾸는 나에게 매력적
기초공학부는 최첨단 연구를 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연구 실적으로 인정 받는 학부다. 우리 대학 기초공학부에서는 <해리포터>에서 봤던 투명망토 개발이 실제 진행 중이며 레이저 기술, 초성능 태양 전지와 초고속 컴퓨터, 지능 센터 등 최첨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어렵고 공부 양도 엄청나 밤을 새며 공부해야 하는 날이 많지만 재미를 느끼고 있다.
내가 일본 유학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이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서였다. 일본은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등에서 20개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는 일본이 결과 중심으로 투자하지 않고, 기초과학 연구에 아낌없이 투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6년 도쿄 공업대학의 오스미 요시노리 명예교수는 71세의 나이에 분자 세포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는데, 일본 정부는 15년간 연구비를 지원했다. 일본 유학을 하면서 우리나라도 기초과학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커진다.



1. 거의 내가 살다시피 하는 오사카대학 기초공학부 건물이다.
2. 일본의 봄 하면 벚꽃이 생각난다. 벚꽃이 피어 있는 대학 캠퍼스.
3. 1년간 활동했던 오사카대학의 태권도부. 맨 아래 줄 한가운데 깔려(?)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4. 현재 활동 중인 스트리트 댄스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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