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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58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프랑스어는 정녕 넘지 못할 산일까?



포기하지 않으면 배울 수 있다
프랑스 유학을 생각할 때 마주해야 할 거대한 산은 분명 프랑스어일 것이다. 프랑스어는 정녕 넘지 못할 산일까?
부산의 Alliance française에서 처음 프랑스어를 배웠다. Alliance française는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프랑스어를 강의하고 프랑스어권 문화를 소개하는 기관이다. 한국에는 총 다섯 곳의 지점이 있고, 이곳에서 프랑스어 자격 시험을 주관한다. 프랑스어는 발음을 비롯해 처음에는 배우기 힘들지만 탄탄한 기초를 다진 후에는 쉬워진다. 마치 블록 쌓기처럼 빈틈없이 기반을 다지면 힘을 덜 들이고 쌓을 수 있는 과정이라고 할까.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또 다른 자아를 만드는 과정이다. ‘한국어를 하는 나’와 ‘프랑스어를 하는 나’는 어휘 선택과 표현, 말투에 있어서 같은 자아가 아닐 것이다. 스스로를 새롭게 탄생시킬 기회가 주어졌을 때, 당장 쉬워 보이는 단어와 문장보다는 우아한 발음과 품위 있는 어휘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는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문어체를 자주 접했고, 60년대의 프랑스 ‘누벨바그’영화를 보며 ‘예쁘게 말하는 법’을 익혔다. 문학, 영화, 미술 등 관심 있는 분야를 프랑스어로 파고들다 보면 자주 쓰는 단어와 문장들이 사전처럼 머리에 새겨진다. 유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워야 하는 프랑스어가 아니라 좋아하는 분야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순간, 언어가 주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때 프랑스어는 비로소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닌 배움이라는 목적이 된다.


기본적인 의사소통 정도의 어학 실력은 갖추고 유학 떠나길
한국에서 A2 자격증을 따고 프랑스로 건너왔다. 하지만 막상 프랑스 일상에서 프랑스어를 접하니 말문이 막혀 어학원에서 초보반부터 다시 시작했다. 나처럼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와도 한계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게끔 DELF A2이상은 취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로 떠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서울의 캠퍼스프랑스와 주한프랑스대사관 두 곳에서 면접을 통해 학생비자를 받는 것이다.
참고로 캠퍼스프랑스는 한국 유학생의 프랑스 유학 절차를 담당하는 곳이다. 프랑스에 도착해서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하는 것은 은행계좌 개설이다. 은행계좌가 있어야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고 학생 교통카드도 신청 가능하다. 그리고 비자 만기일까지 사는 것에 대한 허가를 받는 OFII 신청을 두 달 안에 해야 한다. 처음 받는 학생 비자는 어학원 기간에 따라 6개월 혹은 1년이 주어지는데, 그 이후부터는 체류증 연장을 받아야 한다. 어학원에 다니며 2년 이상의 학생 비자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 체류자에 관한 법이 까다로워지고 있어 체류한 지 2년이 지나도 어학 실력 성장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면 체류증을 연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프랑스어는 유학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야
대학 지원에 필요한 프랑스어 공인인증시험은 크게 DELF(A1, A2, B1, B2), DALF (C1,C2) 혹은 TCF가 있다. 보통 A에서 C로 갈수록 실력이 좋음을 의미한다. 2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토익과 달리 DELF 프랑스어 자격증은 한 번 받으면 평생 유지된다. DELF는 한국의 대학 불문과에서 치르는 필수 시험으로 대다수 한국 유학생은 이 시험을 준비한다. 반면 TCF는 받은 점수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며 유효기간이 2년이다.
대학 학사 입학이나 편입 지원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DELF B2 이상이 필요한데, 어디까지나 지원 자격일 뿐이지 B2 실력으로는 20년간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써온 프랑스 학생들과 경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자격증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셈이다. B2 자격증이 있다면 파리 내 국립대 합격은 문제 없다. 하지만 DALF C1 취득 후 대학에 합격하고도 울면서 1학년을 보냈던 경험이 있어 진짜 언어 실력을 쌓으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사실 공인인증시험은 절반만 맞으면 합격하기 때문에 공인인증시험 결과가 자신의 어학 실력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일주일에 두 개씩 프랑스어 3천 자로 철학 작문을 해야 하는 요즘, 나의 프랑스어 실력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보통 프랑스 내 일반 대학은 어학 자격증 B2 이상과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대체할 한국 대학 합격증만 있다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여기에 학과 지원 이유를 쓰는 동기서가 추가된다. 3지망까지 지원이 가능한데, 지원하는 학과는 모두 같아야 한다. 다만 대학 입학 후 한 학기나 1년이 지나면 학과를 변경할 수 있다.
프랑스 유학을 꿈꾸었고, 그 꿈을 이뤘지만 대학 생활이 녹록지만은 않다.
어학과 외국에서의 삶, 전공 무엇 하나 수월한 게 없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늘 조급함이 앞선 것 같다. 무엇을 하든 조급해하지 말고 최대한 과정을 즐기면 좋겠다.




1. 문법 실수가 보이는 프랑스어 초보 시절의 엽서 쓰기 숙제.
내용을 보니 파리에서 교수님께 편지를 쓰는 나를 상상했던 것 같다.
2. 캠퍼스프랑스 사이트나 서울의 주한프랑스문화원에 가면 전공별 학업 과정 자료를 구할 수 있다.
사진은 캠퍼스프랑스 입구.
3. 2015년 9월 18일 한국을 떠나던 순간. 운명의 장난처럼 정확히 2년 후
파리 1대학 팡테옹 소르본에서 첫 수업을 들었다.
4. 파리 1대학 철학과 학생증. 합격하기까지 눈물겨운 과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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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진 (철학) sirongsae@gmail.com
  •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8년 05월 8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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