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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58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연휴 가득한 캐나다 학교 쉬는 용기 필요한 한국 엄마



캐나다 학교의 휴일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공휴일이 있고 교사 연수까지 더해지니, 월평균 10~13일을 쉰다. 2주 정도인 봄방학과 겨울방학은 차지하더라도 두 달이 넘는 여름방학을 마주하면 이렇게 놀아도 될까 싶은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국인인 나뿐, 주변 캐나다인들은 쉬기 위해 공부하고 일하는 듯 휴일을 만끽한다.



쉬기 위해 공부하나?
이민 초기, 모든 것이 낯설었던 우리 가족은 학교가 쉴 때마다 계절 행사를 쫓아다니는 것도 벅찼다. 캐나다 학교에서는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단체 행사를 여는 일이 드물다. 그렇다 보니 학기 중 연휴는 가정에서 가족끼리 보낸다. 북아메리카 대륙을 양분하는 나라답게 계절 축제가 틈 없이 이어진다.
나 역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서야 캐나다 사람의 휴일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캐나다 가정은 대부분이 맞벌이다. 한국의 친구들만 봐도 맞벌이 가정은 학교가 쉬는 날을 썩 내켜하지 않는다. 반면 이곳은 자녀 학교의 휴일을 반기고, 함께 즐긴다. 주말마다 도심에서 1~2시간 떨어진 캐빈이나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산악자전거나 트레킹을 하는 집이 흔하다.
재밌는 점은 학교에서도 가정의 여행을 독려한다는 것. 어느 해 여름, 아이 학교 교사가 교실에 5개의 미니언즈 인형을 가져와 인형과 함께 특별한 모험을 떠날 가족을 찾는다고 했다. 그저 권유였지만 아이가 신청을 했고, 우리 가족은 그 해 몇 천km에 달하는 자동차 여행을 했다.
가본 적 없는 지역을 골라 다니며 신기한 모양의 바다 생물체를 발견하거나, 3마리의 곰 가족이 차 앞을 지나기를 숨죽여 기다리거나. 드넓은 평원을 무스 떼가 가로지르는 장관을 보는 등 색다른 경험을 했다.
장거리 자동차 여행은 지금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다. 우리 부부에겐 아이와 공유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생기는 한편, 이방인으로의 무게를 내려놓고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충전의 시간이기 때문. 아이 역시 경험을 사진과 함께 발표하고, 사회나 역사 수업에서 자료로 쓰는 걸 보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쉴 수 있는 용기 쌓아가는 중
학교 연휴가 길면 아이와 나 모두 지역 내 친구와의 교류가 잠시 단절된다. 다들 제각각 여행을 떠나기 때문. 이때 캐나다 국립공원 관리공단(Parks Canada)이 이민자들에게 제공하는 1박 2일 프로그램은 캐나다 특유의 캠핑 문화를 이해하고 현지 가족을 만나기 좋은 기회다.
우리 가족은 처음엔 지인 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가벼운 산행을 하며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살아남는 방법, 나뭇가지를 문질러 불 피우는 방법 등 생존 지식을 배웠고, 다음 날엔 캠핑장 인근 유적지로 향했다. 중절모와 외투 재료로 쓰였던 비버가죽과 철로 된 도구의 물물교환을 체험해보고, 신대륙으로 진출한 유럽인들의 성곽 내 생활들을 보여주는 상황극을 관람하거나 재현 시설에서 사금을 찾아보는 등 캐나다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해에는 캠핑카에서 지내는 한 가족을 만났다. 이 부부는 한 달간 번갈아 휴가를 쓰며 아이들을 돌보고, 출근하는 사람이 집에 들러 필요한 일을 보고 저녁이면 이곳에 돌아와 함께 지낸다고 말했다. 코앞에 집을 두고 일부러 캠핑장을 예약해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던 것.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가했던 나는 사실 불편한 잠자리와 벌레 떼에 지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빨래도 널려 있고 오래 머문 듯한 캠핑카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나와 그런 나를 신기하게 보는 캐나다 사람들이 한 곳에 있었다.
다음해 우리 가족은 또다시 캠핑장을 예약해 장작을 패고 모닥불을 피웠다. 아이는 캠프에서 배운 대로 텐트를 세우고 큰 돌을 주워 고정핀을 박으며 아빠가 서툴게 장작을 패는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휴가 대부분을 호텔에서 보내고 겨우 1박만 했지만 나름 재미있는 추억을 쌓았다.

말로는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해야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외쳤지만, 정작 그런 환경에서 나는 제대로 쉴 용기가 없었다.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가 나태해질까봐’ ‘긴 휴가 뒤 직장에 돌아갈 자리가 없어질까봐’와 같은, 캐나다 사람들은 하지 않는 한국 사람의 평범한 걱정을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곳에서 10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한 달씩이나 쉴 용기는 없다. 하지만 나보다 흙과 벌레에 친근하고, 여행의 경험으로 역사와 문화를 배워가는 아이를 보며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바삐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것만이 휴식이 아님을, 학교에서 책을 들여다보는 것만이 공부가 아님을 인정하게 됐다. 서툴지만 한 곳에 머물며 자연을 누리는 일에 시간을 내어주는 연습을 하는 이유다.



1. 끝없이 펼쳐진 환상적인 노란 튤립. 캐나다에서는 1년내내 다양한 꽃축제가 열린다.
2. 미니언즈와 함께 물개 떼를 지켜본 딸아이.
캐나다 아이들은 다양한 동식물을 눈으로 보고 즐기며 자연을 배운다.
3. 이민자들을 위한 Learn to camp에서 텐트 치는 방법을 배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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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5월 8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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