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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59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골든 위크 일본 학생은 학교에 간다



일본은 4월 말~5월 초에 짧게는 일주일, 길면 열흘가량 연휴가 이어진다. ‘골든 위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 학교도 당연히 쉰다. 하지만 이 기간에 아이들은 학교에 간다. 한국의 동아리 활동과 같은 부활동(부카츠) 때문이다.
열성적인 부활동에 대해 사회적 관심도 높다. 고교 야구 대항전은 프로리그 못지않게 인기 있고, 작년에는 고교 댄스 대회 준우승팀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입시 스트레스를 동아리 활동을 통해 푸는 학생들, 그런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응원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부럽다.


진학고의 골든 위크는 ‘부활동’ 집중 기간
골든 위크에 일본 중·고생들은 학교에 간다. 현지어로 ‘부카츠’라 부르는 부(동아리)활동 때문이다. 일본 학생의 부활동 참여율은 매우 높다. 중학생의 90%, 고등학생의 70% 이상이 부에 가입한다. 딸아이도 중학교 입학 직후 배드민턴부에 가입, 골든 위크 대부분을 부활동으로 보냈다. 일본 학교의 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교사가 고문을 맡아 학생들을 지도한다. 신규 부는 학생이 인원을 확보, 활동 계획을 제출해 승인받으면 정식 동아리로 등록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이 부활동에 쓰는 시간도 상당하다. 방과 후는 기본이고, 연휴에도 부활동에 매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명문대학 진학률이 높은 유명 진학학교일수록 부활동이 활발하다. 대입을 목전에 앞둔 고3 수험생들도 부활동을 거르지 않고 연휴의 대부분을 투자한다. 단순 교내 활동이나 후배 지도에 머무르지 않고 연휴에 열리는 여러 대회와 시합에도 참가한다.
선택한 부를 잘 바꾸지 않는다는 점도 눈길이 간다. 중·고 일관 학교는 중학교 때 시작해 고교 진학 후까지 같은 부에서 활동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바쁜 체육부, 매니저 엄마는 필수
다만 진학률이 높은 학교의 부활동은 부모의 지원이 필수다. 방과 후 입시 학원까지 다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니 부모가 자녀의 일정을 관리하며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체육부는 짐이 일반 학생의 두세배라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맞벌이 부부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한국인인 우리 부부는 때론 학업보다 앞서는 일본의 부활동 문화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딸아이가 중학교에서 배드민턴부를 한다고 했을 때 썩 내키지 않았다. 어렵게 공부해 진학학교에 입학하고선 뜬금없다며 반대도 했다. 하지만 운동부에 대한 관심이 큰 일본에서 자란 딸로서는 당연한 선택인 듯해 결국 허락했다.
산 넘어 산이라고, 다음 문제가 발생했다. 신입생이니 별 활동이 있으랴 싶어 골든 위크에 계획했던 가족 여행이 시작도 전에 엎어졌다. 딸은 선배들의 연습시합 보조와 대회 응원으로 한밤중에 귀가했고, 응원가 연습으로 학기 중보다 바빴다. 중학교 졸업 때까지 방과 후는 물론 연휴, 토요일도 부활동에 투자했고, 방학엔 합숙훈련까지 했다. 국가 대표가 꿈인가 싶었다.
나와 달리 일본 학부모들은 이런 열성적인 부활동을 당연시한다. 딸의 오랜 친구는 일본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진학학교인 동대사학원 중학교에 입학했다. 공부하기도 바쁠 것 같은데, 그 아이의 부모는 입학 직후 농구부 입단을 추천했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시합마다 따라다니며 열렬히 응원하고 지원한다. 다른 학부모들도 마찬 가지. 학급·학년별 학부모 정규모임 외에도 1년에 4번 분기마다 배드민턴부 학부모 모임을 따로 가진다. 자녀는 연습으로, 부모는 시합 일정 체크와 전략 수립으로 부활동에 매진하며 황금 연휴를 보낸다.
일본에서 부활동은 때로 정규 수업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부모도 사회도 부활동에 열성적인 아이들을 지지한다. 또래 학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젊은 열정’을 다해, 평생 기억할 학창 시절을 만들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 아닐까 한다.
알려져 있듯 일본도 입시 제도는 매우 경직돼 있고 치열하다. 하지만 수업 외 시간에 부활동을 즐길 수 있고, 이를 입시와 연결짓지는 않는다. 부담 없이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진학학교에서 부활동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그래서인지 한국 학생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굳이 내 오랜 기억을 들추지 않아도, 주말이나 연휴 입시 학원 특강이 당연하다거나 입시에서의 유용성을 기준으로 동아리 활동이 ‘고되다’고 말하는 한국의 청소년들을 모습을 접할 때마다 딸아이의 부활동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공부 말고 하고 싶은 걸 해도 괜찮은, 학창 시절의 모든 것이 입시와 연결되지 않아도 되는 날이 하루 빨리 다가왔으면 한다.




1. 일본의 진학 명문 동대사학원 중고교의 농구부. 딸의 친구인 11번 선수의 활약이 돋보인다.
2. 일본은 특히 체육계 부활동이 활발하다. 중학생 시절, 딸의 배드민턴 부활동 모습.
3. ESS(영어회화)와 경음악부를 겸부하고 있는 딸아이의 입부 신청서.
같은 부에서 활동해도 입부 신청서는 매년 제출해야 한다.
4. 일본의 부활동은 학부모의 지원이 필수로, 정규 모임도 따로있다,
딸아이가 속했던 배드민턴부 학부모들과의 모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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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5월 8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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