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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60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돌아서면 찾아오는 학교 행사가 귀찮지 않은 이유



스페인 학교의 휴일은 한국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국경일을 비롯해 지역별 공휴일도 있고 축제일에도 다 쉰다. 축제의 나라답게 학교도 축제 기간에는 수업 대신 다양한 행사를 한다. 재밌는 점은 학교 행사가 지역 축제의 일부로,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빈번한 축일과 학교 행사를 겪을 때마다 학교는 물론 전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공동체 교육이 학교 행사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행사도 마을 축제 중 하나
스페인은 지역에 따라 문화나 언어의 차이가 크다. 휴일도 제각각이다. 발렌시아의 대표 축제인 라스 파야스(Las Fallas)는 학기 중인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이 기간 학교에서도 매년 학부모 모두가 참여하는 작은 행사를 연다.
라스 파야스는 종이와 나무판만을 이용해 인형을 만들고, 한 해의 악운을 담아 마지막 날 인형을 태우는 축제이다. 학교에선 축제 한 달 전부터 인형을 만들고, 전통의상을 입을 대표 학생을 선발하고, 행사를 진행·운영할 대표단을 뽑는다.인상적인 것은 학교의 모든 행사를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학생 모두가 같이 준비한다는 점이다. 참여 여부는 학생의 의사에 맡기지만 대부분의 적극 참여하는 편이다.
학기말 학생들의 감사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 1년간 돌봐준 교사와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유치원생부터 중학교 4학년까지 전교생이 학년별로 테마를 정해 춤이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데, 부모는 물론 조부모와 일가 친척까지 관람한다.
학교는 몰려드는 가족들 때문에 아수라장이 되지만 학부모끼리 서로 인사를 하며 교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학교 측에서는 행사 후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준다.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어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 된다. 한국의 학부모 모임이나, 지역 구성원들의 모임과도 다른 스페인의 독특한 학교 문화다.
처음 이 행사를 접했을 때 매우 신기했다. 교사와 부모가 거리낌없이 어울리고, 학교가 교류 장소가 되는 경험은 내 학창 시절을 아무리 되새김질해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 솔직히 처음엔 외국인이라 소외당할 수 있겠다며 마음을 굳게 먹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외국인인 우리 가족을 학교나 주변 학부모에게 알리고, 우리의 ‘ 다름’을 이해받고, 현지의 문화에 동화되는 계기가 됐다.


경쟁보다 어울림이 인상적
마지막으로 소개할 학교 행사는 종교축제(Semana Cultural)다. 부활절 이전 일주일 중 3일 동안 학교 행사를 하고는 부활방학(봄방학)을 시작하는 행사다.
책의 날, 체육의 날, 과학의 날 등 주제를 정해 하루씩 행사가 진행된다. 책의 날은 서로 안 보는 책을 교환하고, 발렌시아 지방의 역사·문화를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알려준다.
체육의 날과 과학의 날은 우리의 학교 행사와 유사하다. 운동회와 과학 발명품을 전시·시연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한국 학교보다 어울림의 의미가 강하다. 체육의 날은 학교의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한다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스페인 반사립학교에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한 학교에서 공부한다. 평소에는 장애 학생을 전담하는 교사가 따로 있어 소수 과목을 제외하고는 수업을 같이하지는 않지만 학교 축제나 체육의 날에는 함께 즐긴다. 장애인들이 달리기나 줄다리기를 할 때 서로 이름을 부르며 응원해주는 모습, 고학년들이 솔선수범해 장애인을 배려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저학년이 자연스레 보고 따르는 모습에서 굳이 따로 배우지 않아도 학교생활에서 저절로 인성 교육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의 날 역시 마찬가지. 고학년들이 자신들의 발명품을 저학년 앞에서 실습하고 설명하는데, 호기심이 많은 저학년들의 기상천외한 질문에 곤혹을 치르기도 하지만 그만큼 창의력을 키우는 효과도 있다.

사실 축제라고 하면, 즐거움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학업을 최우선하는 한국 학교에 익숙한 나로서는 너무 잦은 휴일과 행사가 공부에 지장을 주는 것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학교 행사에 참여하면서 이방인으로서 이해받고, 교사의 성향이나 학교 내부 시설을 알게 됐으며 아이 친구의 가족까지 만나게 됐다.
또 학생들은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운영하기에 그 과정에서 협력하고 배려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법을 배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점을 응원하고 칭찬하는 어른들의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부족함을 애써 채우지 않고, 어설프게라도 만들어낸 결과를 함께 즐김으로써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무리 바빠도 부모가 행사에 참여하고, 가족들이 학교를 찾는 이유인 것 같다.
어린 학생들이 만드는 학교 축제가 그 어떤 유명 축제보다 화려해 보이는 걸 보니, 나 역시 스페인 학부모에 적응한 느낌이다




1. 스페인 학교 연휴 행사 중 가장 큰 라스 파야스 행사에서 악운을 날려 보내기 위해 태워지는 인형들.
2. 학교 행사를 보기 위해 참가한 학부모들. 학교 축제에 부모는 물론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3. 학기 말에 진행하는 학생들의 감사 축제. 고학년들은 음악 공연으로 교사와 학부모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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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5월 8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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