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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62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프랑스 대학생들은 왜 마크롱의 대입 개혁에 항거하는가



“Nous ne voulons pas le pouvoir nous volons pouvoir!”
“우리가 원하는 건 권력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파리1대학의 학생 파업 구호다. 파리 대학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대학 입시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시위의 열기로 뜨겁다. 한국의 대입 논술시험도 벤치마킹했던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생각하는 시민’을 기르는 프랑스 교육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합격률 80%에 달하는 바칼로레아, 대학은 무작위 추첨
바칼로레아는 논술형 대입 인증 시험이다. 2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절대평가를 통해 10점을 넘으면 누구에게나 국공립 대학 입학 자격을 준다. 시험의 합격률은 80%를 웃돈다. 통과한 학생은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다. 오늘날의 바칼로레아 시험이 단순히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을 줄세워 선발하기 위함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합격률에 비해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신입생의 수는 한정돼 있어 지원자가 많으면 무작위 추첨을 실시한다. 만약 첫 번째 지원 대학 추첨에서 떨어지면 두 번째로 지원한 대학의 추첨 결과를 기다린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하는 일은 없다.
어느 대학이든 입학이 쉽지만 졸업은 어렵다. 60% 학생이 첫 학년을 통과하지 못한다. 유급을 두 번 했다가는 같은 학문을 다시 공부할 수 없다. 한국의 지친 수험생들을 위로하는 ‘대학 가면 놀 수 있다’는 달콤한 말은 프랑스에서 먹히지 않는 셈이다.


대학은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문이어야
지식인,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전문성을 교육하는 것이 일반 대학의 역할이다. 경쟁자를 밟고 올라서지 않아도 높은 질의 고등 교육을 적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하고, 배움의 기회만큼은 공평해야 한다. 대학은 모두에게 열린 문이어야 한다. 이것이 68혁명이 일궈낸 프랑스 사회의 정의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보장하고 바칼로레아뿐만 아닌 고교 2년간의 점수를 기재하겠다는 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지원자가 대학 정원을 넘으면 무작위 추첨으로 학생을 합격시키는 기존 제도로 인해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중도 낙오하는 학생의 비율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부한 나에게 정부의 입장은 오히려 논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점거 시위를 지지하는 교수진을 비롯해 사회가 학생들의 시위에 동참하는 것은 프랑스에 뿌리깊이 자리한 ‘평등 정신’에 기초한다. 경쟁에서 남보다 우위에 서고 싶은 욕구보다 평등을 추구하는 정신이 앞설 때 비로소 ‘공평한 사회’가 완성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준비된 학생 선발 vs 평등 위협
대입 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 학생들은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이 불평등한 가정환경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개인의 노력보다 태어나고 자란 환경의 영향이 크고, 그 환경의 불평등은 개인의 탓이 아니기에 맹목적인 능력주의를 고집할 수 없다. 평등을 지향하지만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능력을 겨룰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지금껏 이런 사회적 불평등을 균형잡아준 것이 바로 바칼로레아 합격 후 선발 없는 프랑스 국립대학 입시제도였다. 특히 이민자를 착취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프랑스기에 그들에대한 ‘속죄’의 의미도 담고 있다. 따라서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은 단순한 시스템의 변화가 아니라 혁명 이후 지켜온 평등이라는 가치를 위협하는 시도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대학이 공부를 잘하도록 완성된 학생만 받아들이는 곳이 아니라 뛰어나지 못하더라도 학문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끔 ‘만들어 나가는’ 장소라고 여긴다.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랐든 평준화된 고등교육기관에서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는 것이 사회가 보장하는 마지노선이라면 그 이후부터는 학생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서 공부를 게을리하는 학생은 가차 없이 쳐낼 뿐 아니라 졸업 역시 어렵다


프랑스 대학의 파업, 사회 불평등에 항거하는 정치적 메시지 담아
학생 파업의 물결은 시험 거부에 이르렀다. 이미 프랑스도 한국처럼 대학을 취업을 위한 전 단계로 여긴다. 이런 현실에서 모든 학생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를 포기한다면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며 이민자 가정의 가난은 대물림될 것이다. 자유시장주의자 대통령을 둔 나라에서 철학처럼 돈 안 되는 학문을 기피하는 경향은 불보듯 뻔하다. 취업하기 유리한 학문을 선택하는 것은 학생의 자유지만, 이미 시장 논리가 내재화된 학생의 선택이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대입을 위한 한국의 무한경쟁 시스템은 노력에 의해 결실을 얻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학생은 단순히 ‘게을렀던 탓’일까? 정말 평등한 위치에서 공정한 게임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프랑스 대학생의 파업은 사회 불평등에 항거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다.




1. 열기를 짐작할 수 있는 파리1대학 총회 투표. 파업의 진행 여부를 투표하는 모습이다.
2. 공권력의 감시를 피해 풀숲에서 집회의 자유를 찾는 소르본 철학과 총회.
3. 올해부터 대입 개편안의 영향을 받는 고등학생도 학교에 바리케이트를 치며 파업에 동참했다.
4. 25일간의 점거를 이어갔던 파리1대학 학생공동체는 4월 20일 경찰에 의해 진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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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진 (철학) sirongsae@gmail.com
  •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8년 06월 8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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