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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62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캐나다 학교, 알고보면 시험 천국


외국 학교야말로 시험 지옥(?)
사진은 캐나다 학부모 통신원 자녀의 개인 프로젝트와 평가표입니다. 바이킹들의 이동 경로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죠. 사회 교과의 한 단원인데, 사전 자료 조사와 이후 모형 제작과 발표 등 공동 프로젝트까지 수차례 평가를 받았답니다. 유럽, 북미 등 교육 선진국 학생들은 이처럼 한국보다 더 많은 과제와 시험을 치른다네요. 이제 바뀌기 시작한 우리 학교의 시험, 외국 학교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6월 한 달간 학부모 통신원들을 통해 각 나라의 시험 풍경을 함께 엿보시길 바랍니다.
정나래 기자






캐나다 학생들에게 시험은 일상이다. 단원 혹은 주제에 맞춰 기본 이해도를 점검하는 미니테스트부터, 개인이나 그룹 프로젝트와 토론, 파이널 주관식 평가까지 치러야 한다. 수업과 평가가 같이 이뤄지니 짧게는 며칠, 길게는 3주 이상 걸린다. 이런 시험을 과목마다 최소 3번은 보니, 한 학기 시험 횟수는 수십 번에 달한다. 시험 없는 세상에 살고 싶었던 나로써는 어찌 살까 싶을 정도. 하지만 딸을 비롯해 캐나다 학생들은 잦은 시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같은 시험을 두고 왜 이런 생각의 차이가 벌어질까?


집에서 한 세탁 실습, 채점자는 엄마
내 관점에서 보자면, 우선 평가 방식 때문인 것 같다. 캐나다 학교 시험은 장문의 지문과 질문이 나오고, 길게 쓴 답을 제출한다. 수학의 경우 풀이 과정이 맞으면 설사 답이 틀렸더라도 점수를 얻는다. 오히려 답만 맞고 풀이 과정이 틀렸을 때보다 점수가 높다. 교재나 인터넷 강의의 설명을 그대로 따라 쓰면 감점 요인이 된다. 친구의 답과 같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신만의 접근법이나 풀이를 쓰는 것이 답 이상으로 중요한 셈이다.
목공이나 요리, 잠옷 만들기 같은 과목의 평가 방식은 더 충격적이다. 교사뿐 아니라 본인과 친구들의 평가도 점수에 반영한다. 세탁기 사용 방법과 설거지 방법 실습은 집에서 부모가 점수를 주기도 한다. 교사가 아닌데 어떻게 평가를 하나 싶었지만, 평가지를 보고 의심을 거뒀다. ‘세탁물을 색에 따라 구분했나’부터 목공의 경우 ‘글자를 가운데에 맞추면 4점’ ‘1mm 벗어나면 3점’ 등 평가기준이 명확했다.
특히 실습 과목들의 평가에 참여한 경험은 학교의 평가를 신뢰하는 계기가 됐다. 매뉴얼에 따라 진행됨을 알고 있고, 여러 번의 시험을 통해 신뢰가 쌓여 공정성이나 신뢰도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배점이 가장 높은 프로젝트는 학업 역량만큼이나 독창성과 협업 능력을 중시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딸은 사회 교과에서 바이킹 시대를 공부한 후 그룹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A그룹은 바이킹들의 이동 경로를 담은 지도를, B그룹은 그 시대에 타고 다녔던 배 모형을 만든 것. 이때 자기 생각만 고집하거나 혼자 작업하는 것은 저평가의 지름길이며, 참여를 꺼리는 이에게 적절한 역할을 줘 협업을 이끌어내는 팀은 더 많은 점수를 얻는다.
이런 활동과 평가는, 문제 발생 시 독창적인 해결법을 찾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훈련이 된다. 또 다양한 관점에서 교과 내용을 바라 볼 수 있어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교사가 매 주제마다 요약본이나 시험 예상 질문지를 제공해 정확한 지식을 한 번 확인하는 만큼 학습적 효과도 높다. 이런 과정이 시험이 잦아도 피로감이 덜한 배경이 아닐까 한다.


추천서에 중요한 예체능 교과 평가
과목별로 보면 수학은 워크시트와 테스트를 반복, 가장 많은 시험을 보는 과목이다. 수업 시간 교사를 도와 친구들의 학습을 돕는 활동을 통해 교사나 친구들에게 신뢰도를 높이면 평가에 반영된다. 현실적으로 2년 정도 선행 학습을 통해 우위를 선점해두는 전략이 유효하며, 경시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인정받으면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하다. 프랑스어는 영어와 함께 캐나다 공식 언어라 중요도가 높다. 일상적인 회화수준까지 끌어올린다면 대학 진학에 많은 도움이 된다.
사회나 과학은 프로젝트 비중이 커 다양한 경험이 학습에 도움이 된다. 과학 시간 눈에 대해 배운 후 과학관 견학을 가서 실제 소의 눈을 해부하고 구체적인 명칭과 기능을 자연스럽게 익히면서 흥미를 키우는 식.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생물학에 더 관심을 갖고, 미래 직업과 연결해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면서 경험에 바탕한 학습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또 목공·양재·헬스·드라마·아트·밴드 활동 등 선택에 의해 듣게 되는 기타 과목도 주요 과목 수준의 노력이 필요하다. 캐나다는 상급 학교 진학 시성적과 추천서의 비율이 50:50인데 기타 과목은 개인의 개성을 만들어주는 과목이라 추천서의 바탕이 되기 때문.


캐나다의 잦은 시험은 오히려 시험 준비 부담을 줄여주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반복하게 해 흥미를 지속시킨다. 책상에서의 독서나 도서관이나 인터넷을 뒤지며 자료를 찾는 것 모두 학습의 과정이라는 것, 정답이 아닌 답에 도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복해 알려준다. 학생과 학부모, 사회 전체는 이런 시험을 겪으며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스스로 탐구하고, 함께 살아가며, 매일 노력하는 삶의 습관을 몸에 익혀나가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시험이라는 말에 긴장하고, 좀더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마음이 큰 한국 엄마인 나도, 책상 앞 밤샘 공부 대신 친구와 통화하며 자료를 찾는 딸아이의 모습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




1. 사회 교과 팀 과제였던 바이킹들의 이동 경로를 담은 입체 지도 완성작. 공동 프로젝트는 캐나다 학교에서 비중이 높은 시험 중 하나다.
2. 만년달력 목공 실습과 관련한 평가표.
3. 기타 과목인 목공과 양재 교과의 실습 작품.
4. ‘중세 후기와 르네상스 시대’ 주관식 서술형 예상 질문지. 교사의 강의, 개인·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내용이 망라돼 있어 교과 학습 정도를 최종 점검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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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6월 8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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