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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뉴스

862호

WEEKLY CLOSING

가면을 벗고 나오라

청나라는 서양에 의해 가장 먼저 개항했으면서도 근대 교육 개혁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늦었다. 변법자강운동의 일환으로 경사대학당을 설립했지만, 이마저도 보수파의 반대로 변법자강운동이 실패하면서 사실상 이름만 유지되는 고등교육기관이 되었다. 과거제 출신 관료들의 입장에서는 경사대학당이라는 신식교육기관을 수용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러한 교육 제도는 공정하지도, 신뢰할 수도 없는 것에 불과했다.
더 안타까운 점은 청나라의 과거제가 1905년이 되어서야 폐지되었다는 데 있다. 과거제는 특정 고전과 주석서를 암기하는 방식에 의존하다보니 학문의 목적과 의미보다는 형식 논리를 내세우는 방향으로 변질되어갔다. 또 과거제를 통해서는 위정자들에게 요구되는 정치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판단과 문제 해결 능력을 검증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개항과 근대화라는 급진적인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보수적인 교육 정책은 청나라의 국운을 쇠퇴하게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상황 또한 청나라 말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회의 변화 속도는 과거에 비할 수 없이 빨라졌지만, 우리의 교육은 수십 년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2022학년 대입안 역시 지금의 공론화 과정으로 넘어오기까지 변한 것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교육부를 향해 하청에 재하청을 주고 있다며, 도대체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질책하기도 한다. 부총리의 진퇴까지 거론되고, 교육부 폐지 법안을 제출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강하게 드는 의문이 있다. 과연 교육부총리와 교육부가 현재 논의되는 교육 정책의 흐름을 주도했던 것일까? 의문의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부총리와 교육부가 주도했다고 하기에는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의 앞뒤 맥락이 전혀 맞지 않다. 일각에서는 교육부총리와 교육부를 무력화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한 나라의 교육 정책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되고, 그에 따른 책임은 교육부총리나 교육부가 짊어지도록 던져놓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적인 울부짖음이 다시금 우리 사회에 울려 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가정했을 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학생부 종합 전형과 수능 전형 간 적정 비율’ 논의를 요청한 교육부 이송안에서 종합 전형과 교과 전형으로 구분해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문구를 수정했다. 이송안 대로라면 종합 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 간 선택의 문제로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종 발표된 국가교육회의의 대입 개편 공론화 범위는 ‘학생부 위주 전형(학생부 종합 전형, 학생부 교과 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 간 비율 검토’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의 활용 여부’ ‘수능 평가 방식의 절대평가 전환 여부’다.


성적 줄 세우기를 강화하고, 과목 선택권과 수업 혁신을 무력화하는 이런 결정은 교육 정책에 조금이라도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즉 ‘보이지 않는 손’은 교육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이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지 않다면 정치적 목적이나 소속 집단의 이익을 합리화하려는 이들일 확률이 높다. 전자든 후자든 최악이다. 게다가 성취평가제의 완전 도입 여부는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아예 언급조차 없다. 이미 몇 차례 발표가 연기된 성취평가제 완전 도입 여부는 대입 정책의 성공적인 실현과 밀접하게 관련된 시급한 과제인데도 이를 다루지 않는다는 사실은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내용도 누락됐다. 교육부 예고대로 고교학점제가 실시된다면 2025학년 대입 제도 개편안을 다시 한 번 발표해야 한다. 2022학년 대입안을 발표하고 1년 6개월 정도 지난 뒤 또 다시 대입안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왜 논란의 소지를 계속 끌고 가려는 것일까? 까다로운 현안에 대한 책임을 일단 뒤로 미뤄놓으려는 것인가, 그게 아니면 고교학점제를 무력화하는 수순인가. 그렇다면 또 다른 본질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한 나라의 교육 담당 부처가 연구하고 계획한 교육 정책의 흐름을 완벽하게 무시하거나 폐기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대체 ‘누가’ 이러한 격랑 속으로 끌고 가는 것인가.
만약 ‘보이지 않는 손’이 실재한다면, 또 다시 학교를 ‘죽은 시인의 사회’로 되돌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가면을 벗고 당당히 나와 자신들의 교육 철학과 국가 교육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지 제대로 해명할 자신이 없다면, 더 이상 법에 부여된 교육부총리와 교육부의 권한을 침해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주석훈 교장
서울 미림여자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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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LY CLOSING (2018년 06월 8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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