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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63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내신 경쟁은 옛말 일본 학교가 바뀌고 있다



일본 학생들에게도 시험의 무게는 상당하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시험의 연속이다. 진학 명문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고등학교는 물론 초·중학교 때 입시를 치르는 일이 많고, 설사 명문학교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쥬쿠’라는 입시 학원의 도움 없이는 명문대학은 꿈꿀 수 없어 사교육에 기대 치열하게 공부한다. 일관성 없는 학기 등 문화·제도의 차이까지 이해해야 하는 외국인에게 일본 학교 시험의 벽은 더 높다.
다만 최근 변화가 있다. 특히 그 치열한 진학 명문고의 학교 시험이 선봉에 서 있다. 시험을 앞둔 딸아이의 공부법, 성적을 대하는 자세는 이를 제대로 보여준다.


학교마다 다른 학기, 시험 기간도 제각각
일본 학교는 정기고사 기간이나 성적표를 배부하는 시기에 있어 학교마다 차이가 크다. 3학기제와 2학기제가 공존하는 학기 제도 때문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학기제인 3학기제는 1학기와 2학기 사이에 여름방학, 2학기와 3학기 사이엔 연말연시 휴일인 2주 정도의 짧은 겨울방학, 3학기와 새 학년이 시작되는 4월 사이 봄방학이 있다. 1·2학기 중간·기말시험, 3학기 말 학년말시험까지 총 5번의 정기고사를 실시한다. 1학기 기말시험을 6월 하순에 치르고 여름방학 전에 성적통지표를 배부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2학기제 학교는 4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전기, 10월 중순부터 3월까지를 후기로 구분하며, 전기에 중간·기말시험, 후기에 중간·학년말시험 등 총4회 정기고사를 진행한다.
시험 횟수가 줄어 학생들은 환영할 듯하지만, 학부모들은 불만이 높다. 전기 기말시험을 여름방학 이후에 치르니 학습 리듬이 깨진다는 것. 그래서인지 3학기제로 돌아오는 학교가 적지 않다.
시험 과목의 체계나 평가 방식은 한국과 유사하다. 중학교의 정기고사는 영어·수학·국어(일본어)·이과(과학)·사회 등 5개 교과로 치른다. 성취도만 보는 절대평가로, 성적표에도 석차가 표기 되지 않는다. 고교는 <국어>가 <고전> <국어종합> <문학>으로 세분화되고 시험 과목 수도 늘어난다. 또 대부분의 진학고는 정기고사 외에 학기가 시작될 때 ‘방학 후 시험’도 따로 실시한다. 또 등수를 매긴 상대평가로 성적을 낸다.
단, 사립 중고일관 진학교는 중학교 때부터 성적 순위가 적힌 성적표를 배부한다. 한 지인은 학교를 찾았다 교실 게시판에 학생들의 성적과 석차가 적힌 성적표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입학 설명회에서 안내받았지만, 실제 봤을 때의 충격이 상당했다고. 경쟁을 부추겨 더 좋은 성적을 얻게 하려는 학교의 방침이라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내신 지옥? 필요한 과목만 공부하는 딸
진학 학교의 교내 시험은 난도가 높고, 학생들도 치열하게 공부한다. 다만 최근 교내 성적 경쟁이 약화되는 느낌이다. 일본 대학은 ‘센터 시험’이라고 불리는 대학별 고사 성적이 진학 여부를 결정한다. 학교나 학과에 따라 시험 과목이 달라 학생들은 이에 맞춰 공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좀 더 강화된 듯하다.
딸아이만 해도 고1 정기고사를 앞두고. 매일 몇 시간씩 수학 문제만 풀었다. 모든 교과를 두루 공부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돌아온 답은 “필요 없다” 였다. 고2 때 이과(자연 계열)를 선택할 테니 배우지 않을 과목은 낙제를 면하는 점수만 받으면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면서 시험 하루 전엔 평소보다 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딸을 보며 성적이 걱정되는 한편, 진로를 빨리 결정하고 공부할 과목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학교 교육, 자신만의 목표와 시험 전략을 찾아낸 아이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다. 전 과목 교과서를 암기하며 시험 전날 밤을 꼬박 새 공부했던 나와 비교해보니 부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부러움은 성적표를 받는 순간 사라졌다. <세계사><일본사><고전>은 낙제를 간신히 면할 점수였고 전교 등수도 바닥을 쳤다. <고전> 외 국어 교과와 <영어>나 <수학>은 그럭저럭 잘 봤다며 태연한 딸의 모습을 보니 놀랍기도 했다. 입학 전, 꼴찌를 해도 좋으니 학교에 다니게만 해달라고 기도했으면서, 모든 과목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나와 너무나 다른 딸의 공부 방식은 효율적일지도 모르겠지만, 100% 이해하기는 어렵다. 다만 성적에 목메는 나를 반성하는 계기는 됐다.
일본 학교도 일방적인 암기식·주입식 교육이 주를 이뤘다. 학생 수준에서 불필요한 과잉 학습도 잦았다. 하지만 딸을 보면서 학생 스스로 무엇을 배울지, 어느 정도까지 학습할지 결정하는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한다. 특히 재학생의 학업 역량이 높고, 대입 실적에 예민한 공립 중·고 일관고에서 이런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다.




1. 2학기 학교와 3학기 학교의 정기고사 일정. 학기제에 따라 정기고사 횟수와 시기가 다르다.
2. 학교에서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딸.
3. 딸아이 학교의 이과 선택 교과서. 2학년부터 계열이 나뉘고 그에 따라 배우는 교과가 달라진다.
4. 딸아이 학교의 고1 시험 일정. 일본도 고등학교의 교과목이 세분화돼 시험 과목이 중학교보다 대폭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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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6월 8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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