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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호

WEEKLY CLOSING

말문 트인 학생을 찾는 학생부 종합 전형

요즘 고등학교 현장은 소란스럽다. 쉬는 시간이 아닌데도 교실이 시끌시끌하다. 발표하고 토론하는 교실은 흔한 일상이 되고 있다. 대학 입시 때문에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 진행되고, 수능 점수 1~2점이라도 올리기 위해 문제 풀이에만 몰두하던 교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방과 후 학습까지도 학생이 듣고 싶어 하는 강좌를 개설해 주제별로 선택해 듣도록 한다.

서너 명만 수업 듣고 나머지 학생들은 엎드려 자던 교실. 10년 전 입학 설명회로 고등학교를 방문했다가 접한 충격적인 교실의 모습은 이제 구시대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상전벽해라고 할까.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멀게는 고등학교 정규 수업에 창의적 체험 활동이 도입되었고, 대입에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되었다. 가까이는 중학교에 시험 없이 진로를 탐색해보는 자유학기제가 도입되었고, 고등학교에 학생의 교과 선택권과 학생 중심 수업이 확대되었으며, 대입에 과정 중심 평가를 지향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 확대되었다.

입학사정관에게 3월에서 7월은 현장학습 시기이다. 학교에 방문해 서류를 평가하면서 읽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의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을 직접 확인한다. 고교와 대학, 교사와 입학사정관이 소통하는 시간이다. 최근 화제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이 학과에 입학하려면 내신이 몇 등급 정도 되어야 하느냐, 어떤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입시에 유리한가, 우수 학생을 지원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은 있는가 등을 질문했다면, 요즘에는 우리 학교의 학생부가 잘 작성되고 있는지, 학생이 참여한 활동을 어떻게 기록하는 게 바람직한지, 고교가 학생 중심 수업을 잘 운영하고 있는지, 수행평가나 과정 중심 평가를 몇 % 정도 반영하는지 등이 주된 화제다.

교사들의 오해도 있다. 학생 중심 수업은 대입을 목적으로 한 교육이 아님에도 “학생부에 몇 줄이라도 써주려면 학생 중심 수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주객이 전도되긴 했어도 학교와 교사가 변하고 있다. 현장 방문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이 수업 시간에 발표하고 토론하는 배움 중심 수업의 촉매제가 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다. 학문(學問)은 글자 그대로 ‘배우고 물음’으로써 진정한 앎에 접근해간다는 의미다.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것이 ‘학(學)’이라면, 그 지식을 주체적으로 소화해 진정한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는 것이 ‘문(問)’이다. 최근 대학은 학생부 종합 전형을 통해 ‘학’만 추구하기보다 ‘문’의 학습 태도를 갖춘 학생을 찾는다. 수업 시간에 입을 닫고 교사의 말을 필기했다가 그대로 복사하는 학생이 아니다. 배운 지식을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심화하고 타인과 의견을 나누는 ‘말문 트인’ 학생을 찾는다. 학교 수업에서 독창적인 질문을 던지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학생 말이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 협업 능력을 갖춘 학생, 이들을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의 창의융합형 인재라고 한다. 고교도 대학도 학생부 종합 전형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생의 ‘점수’나 ‘결과’만이 아닌 ‘활동’과 ‘과정’을 살피면 대학 입학 후의 학습 태도와 의지를 파악할 수 있다. 학생의 정규 수업 시간 발표와 토론, 프로젝트, 실험 실습 등의 교과 활동과 동아리, 진로 활동, 독서 등 교과 연계 활동을 통해 학생의 지적 활력(intelligent vitality)과 활동력(activity)을 살펴볼 수 있다. 대학은 수업 시간에 손들어 질문도 하고 발표도 하는 학생, 자신의 관심 분야에 몰입할 줄 아는 에너지 넘치는 학생, 친구가 원하는 바를 읽어내고 팀을 위해 헌신하면서 자신의 주장도 드러내고 공유하며 소통하는 학생, 다양한 활동에 스스로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경험하는 학생을 찾는다. 이런 학생의 모습을 입학사정관들은 학업 역량, 전공 적합성, 인성, 발전 가능성이라는 잣대로 평가한다.

고교의 학생 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인 학생부 종합 전형의 연계에 희망을 걸어본다. 이 길이 진짜 공부, 진짜 학습으로 가는 길,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미래 인재를 선발, 육성하는 길이라는 믿음에서다. 이 점이 우리 입시가 수능 위주로, 점수 위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진택
경희대 수석입학사정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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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택 (경희대 수석입학사정관(팀장))
  • WEEKLY CLOSING (2018년 06월 8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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