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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64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쉴 틈 없는 시험이 청소년 행복감 높이는 비결?



한국에서 6월은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달로 안다. 5년 전 아들이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을 적, 나 역시 시험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워 과목별 문제집을 사주고 무작정 문제를 풀게 한 뒤 틀린 문제는 오답 노트를 만들어 외우게 한 기억이 있다. 아들도, 나도 당시의 학교 교육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외국행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학교 시험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스페인의 학교 시험과 과제는 어떨까?


1년간 치르는 시험만 120번
스페인 학교 시험은 한국과 크게 다르다. 일단 기말시험 같은 정기고사가 없다. 모든 과목에서 단원별 평가를 실시하기 때문. 학제도 차이가 난다. 스페인은 3학기제로 9~12월은 1학기, 1~3월은 2학기, 4~6월은 3학기로 구분하며 매 학기 말 과목별 단원 평가 성적, 발표, 수업 태도, 숙제를 종합 평가해 성적표를 준다. 학기당 70일 정도 수업하며, 대개 과목당 4단원씩 배운다. 그렇다 보니 두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약 40번, 1년이면 120번 가까이 시험을 치른다.
처음 스페인에 왔을 때 이 시험 때문에 정말 당황했다. 좀 더 자유롭게 공부시키고 싶어 선택한 외국행이었는데 한국보다 더한 숙제와 시험이 쏟아졌기 때문. 한국에서처럼 수업용, 시험용 공부를 따로 했던 나와 아들은 이중, 삼중으로 고통스러웠다. 학원 하나 없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이 많은 시험을 준비하는지도 궁금했다.
혼란스러웠던 그때 아들의 담임교사가 해결의 실마리를 줬다. 2~3일에 한 번씩 치르는 시험 사이에 내주는 숙제를 잘하라는 것. 다시 말해, 매일 조금씩 하는 숙제로 예·복습하면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었다.
또 독서나 다큐멘터리 혹은 유튜브 등을 통해 수업 관련 자료를 많이 봐둬야 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수학을 포함한 모든 시험이 주관식으로 출제되고, 자신의 생각을 더해 답을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서술형 평가는 유창한 스페인어 능력을 요구해 외국인에겐 부담스럽다. 때문에 외국인 학생은 입학 후 1년간 예술·체육·수학·영어 외 다른 교과 시간에 어학만 중점적으로 배운다. 즉, 언어라는 벽을 뛰어넘지 못하면 현지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좋은 교육 제도, 좋은 학교 시스템은 결국 현지 학생보다 두 배 이상 노력해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성적표가 두 개라고?
시험 방식도 한국과 다르다. 스페인에서는 답이 틀려도 풀이 과정이 맞다면 부분 점수를 준다. 대부분 주관식 서술형 답안을 요구하고, 자신의 생각까지 적는 만큼정 ‘ 답’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무엇이 틀렸고 무엇이 부족한지 상세한 평가 내용은 교사만 안다. 시험지도 학생이 가져갈 수 없다. 학년 시험 내용을 보고 미리 공부하거나, 틀린 부분만 집중 복습할 수 없는 구조다. 이는 내가 스페인에서 가장 답답한 점이기도 하다.
성적표가 두 개라는 점도 독특하다. 하나는 학기마다 학생에게 주는 성적표이고, 나머지 하나는 진로를 위한 담임교사 보관용이다. 후자는 학생 개인의 객관적 실력을 반영한 성적을 담는다. 설명하자면, 스페인 학생들이 받는 성적표에는 한 학기 동안 응시한 단원별 평가 성적에 결석·조퇴 등 출결 상황, 숙제 수행 여부와 완성도 등이 전부 수치화돼 포함된다. 반 평균 성적도 반영된다. 단원별 평가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도 감점으로 인해 성적이 낮게 나오는 일이 많다. 영어·수학·스페인어 개인 시험에서는 10점을 받아도 반 평균이 5점이면 성적표에는 7점으로 표기되는 식이다.
반면 보관용 성적표에는 학생이 받은 객관적인 점수만 기재된다. 담임교사는 이 보관용 성적표로 학생의 학업 상황을 관리하고, 고교 진학 원서도 쓰게 한다. 학부모는 상담 시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스페인에 왔을 때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험과 과제는 지옥 같았다. 과목당 못해도 1년에 13번은 시험을 치르니,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곧 다른 것이 보였다. 시험이 많다는 것은 다시 말해 실수로 시험을 한 번 망쳐도 만회할 수 있는 다음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대입에서 고교 내신 성적이 60%를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잦은 시험은 아이들에게 그만큼 많은 기회를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끊임없는 학교 시험이 입시 압박을 완화 시키는 셈이다.
물론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게 ‘시험’이라는 말은 여전히 무겁다. 잦은 시험의 의미를 알면서도 아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잘하는 과목은 먼저 진도를 나갈 수 있는 학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실수를 해도 다음에 잘 보면 된다며 스스로 격려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스페인이 만 16세 이하 청소년의 자존감과 행복감이 가장 높은 나라인 이유를 새삼깨닫는다.






1. 5월 한달간 과목별 시험 일정. 휴일을 빼면 2~3일마다 시험을 치른다.
2. 시험 사이사이 내주는 숙제들. 성적에 반영되는 만큼 제대로 해가야 한다.
3. 집에 와서도 숙제하느라 바쁜 아들.
4. 진학 여부를 가늠하는 과목별 교사들의 평가 서류. 개인 성적과 성향, 숙제 여부 등 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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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6월 8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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