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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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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에서 심화 과목 이수하면 대입에 유리할까?

서울대가 학생부 종합 전형 안내 자료를 내면서 ‘일반고에서 심화 과목을 이수하는 것은 유리할 것이 없다’는 항목을 뺐다. 아마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선택 교육과정이니까 학생이 집중적으로 선택해 깊이 있게 공부하기를 바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고에서 특목고 수준의 과목을 이수하는 것은 수용 가능한 범위에 있지 않다.

국·수·영·한국사는 90단위까지 선택할 수 있다. 한국사 6단위를 빼면 국·수·영에 84단위를 배정할 수 있다. 이 중 공통 과목인 <국어> <수학> <영어> 각 8단위씩 총 24단위를 제하고 나면 60단위가 남는다. 60단위로 국·수·영 교과에 속한 과목을 4개 학기에 이수할 수 있다. 만일 수학을 전문 교과 과목까지 선택하려면 1학년에서 <수학>을 이수하고 나서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를 이수해 일반고 수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다 배운 뒤, <심화수학Ⅰ> <심화수학Ⅱ> <고급수학Ⅰ> <고급수학Ⅱ>와 같은 전문 교과에 해당하는 과목까지 이수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수학 과목을 84단위 중 50단위 이상을 이수하게 된다. 결국 수학 시간이 매우 많은 교육과정 편식 이수가 된다.


탐구 영역에서도 전문 교과 과목 이수에 눈길을 주면 위험하다. 탐구 영역은 최대한 54단위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중 <통합사회> 8단위, <통합과학> 8단위, <과학탐구실험> 2단위를 제하고 나면 36단위가 남는다. 36단위를 5단위씩 개설한다면 7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 과학을 많이 선택하는 학생이라면, (사회도 한 과목은 선택해야 하므로) 과학은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 과목에서 6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과학고에서 배우는 고급 과목이나 실험 과목을 일반고에서도 이수해야 유리하다면 학교와 학생은 과학 Ⅰ과목은 건너뛰고 과학 Ⅱ과목부터 이수해서 고급과학 과목을 한두 개 이수하고, 실험 과목도 이수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학부모는 전문 교과 과목을 깊이 있게 배우는 외고, 과학고, 국제고 등 특목고에 진학하는 편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다른 공부는 안 해도 특정 과목만 깊이 공부하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학생부 종합 전형은 과학고 출신이라도 중점적으로 이수하는 수학, 과학 이외에 발표하고 토론하고 영어로도 의사소통할 수 있으며, 사회 과목에도 관심이 있는, 균형 있게 학습한 인재를 원한다.


그렇다면 서울대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정작 대학에 문의해보니, 지금까지 심화 과목을 이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보통 교과에 있는 조금 어렵게 생각되는 과목을 이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해 과학 Ⅱ과목을 이수하지 않거나, 사회 과목에서도 <세계지리> <세계사> <윤리와 사상> <경제> <정치와 법> 등 몇 과목은 이수하는 학생이 드물어 작금의 현실을 개선해보려는 의도라고 한다. 학생에게 보통 교과 과목 중 어려운 과목에 도전하라는 것이 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학생들은 도전을 꺼린다. 도전하지 않는 학생들을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 그렇다고 나무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된다는 사인을 학생들에게 준 것은 대입 제도다. 수능은 탐구 영역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해도 점수만 좋으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파한다. 내신 상대평가는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심지어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 가야 대학 가기에 유리하다는 괴담도 돈다.

그래서 수능과 대학에 제공하는 내신 성적은 개선돼야 한다. 우리는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2013년에 시도했던 수능의 과목 구조 개편에는 지금도 눈을 감고 있으며, 내신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은 2012년에 2014학년 대입부터 적용하기로 발표한 이래 계속 미루고 미루더니, 급기야는 2025학년 대입에서나 생각해보자고 한다. 학생들을 눈치꾸러기로 만들고 있는 제도를 그대로 두고, 우리는 어떤 사람이 앞으로 내가 앉았던 의자에 앉기를 바라는 걸까?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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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LY CLOSING (2018년 06월 8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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