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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65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진학 실적만큼 시험 제도 중요한 국제학교



지인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이의 중학교 선택과 관련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처럼 가끔 주변 엄마들과 아이들 학교나 진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는데, 한국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라서, 혹은 어느 나라의 유명 대학에 졸업생을 입학시킨 학교라서 별 고민 없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보다 아이의 성향과 진로, 그리고 시험 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본교 국가 따라 시험 다른 국제학교
우리처럼 아시아 국가에 이주한 한인 가정은 국제학교를 1순위로 둔다. 이때 학교의 교육 역량, 시설, 입시 실적만큼 눈여겨봐야 하는 것이 시험 제도다. 본교가 어느 나라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커리큘럼의 차이가 있고, 대학 진학에 필요한 시험의 종류도 다르기 때문. 예를 들어 미국계 학교는 고등학교 재학 시 각 과목마다 AP 점수를 획득해야 하고, 따로 토플과 SAT 시험도 준비해야 한다. 반면 영국계 학교는 마지막 학년인 11학년 말에 졸업시험에 해당하는 IGCSE 시험을 약 한 달간에 걸쳐 치르고, 11학년을 마치면 A LEVEL과 IB 중 하나를 선택해 1~2년 더 공부하거나, 11학년을 졸업하고 IGCSE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의 예비 과정(파운데이션 과정)에 곧바로 입학을 신청할 수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대학에 갈지, 혹은 미국 대학에 갈지 계획을 세웠다면 최대한 목표 대학과 유사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고교를 찾으라는 얘기다. 입학 신청 시 제출할 서류나 개인적으로 치러야 할 시험을 준비하기가 아무래도 더 수월하기 때문. 물론 영국계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계 대학에도 지원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다만 대학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더 많아진다.
정기고사가 따로 없다는 점도 알아둬야 덜 당황한다. 대부분의 국제학교는 학기말 시험만 시험 날짜나 시간표 등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알릴 뿐, 그 외는 교사 재량에 따라 간단한 퀴즈부터 조별 과제,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하고 성적으로 환산한다.


대입 시험 부담 상당, 한국 학원 원정 흔해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의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시험보다 상대적으로 대입 시험에 큰 압박감을 느낀다.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고학년이 된 큰딸은 처음 접하는 몇몇 과목들을 어렵게 느끼고, 나도 대학 입시와 관련해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
문제는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페낭에서는 학원을 찾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말레이시아는 영국식 영어 교육을 하는 나라라 IGCSE, A LEVEL 또는 IELTS등을 위한 공부를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토플·SAT 학원이 전무하다. 한국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미국 대학이나 국내 대학에선 이 두 시험의 성적을 요구한다. 결국 대다수 학생은 학년말 방학을 활용해 한국에서 학원을 다닌다. 미리 학원을 수소문해 등록한 뒤 6~7월에 한국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
해외에서 공부하면서 왜 한국 학원에 아이를 보내려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첫 학교 방문 면담에서 교사는 “아이가 과외를 받고 있느냐”고 물었다. 학부모들은 중국어나 영어를 잘 구사했으면 하는 마음에 중국학교나 국제학교를 찾는데, 입학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면 어학 학원에 등록시키라는 충고를 듣기 십상이다. 학교는 언어를 기반으로 지식을 배우고, 역량을 키우는 곳이기 때문. 결국 언어와 교과 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 개인 과외나 학원, 컨설팅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외국이라고 해도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자녀들을 공부시키는 방법, 상위권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한데 외국에 살아보니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다양하다는 점은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한국은 수능이나 내신이 대학 진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여기서는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나름대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여럿 있다. 학교 시험도 학기당 몇 번의 정기고사가 아니라 수업과정에서 수시로 이뤄진다. 대학에서 전공이나 계열을 바꾸는 일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한 번의 실수나 변화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얘기다. 시험의 부담이나 입시의 압박이 덜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외국에서도 좀 더 높은 점수를 얻을 방법을 찾고, 학원에 의지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아이를 위해서다. 하지만 달리 보면 적은 기회, 좁은 선택지에 익숙해 처음부터 남들보다 1점이라도 높은 성적, 조금이라도 이름 있는 대학,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갖춰야 한다는 학부모의 ‘강박’이 작용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의 시험은 늘 엄마까지 시험에 들게 한다.






1. 수업 중인 교실. 국제학교는 별도의 정기고사 없이 수업 중 여러 형태의 시험을 진행한다.
2. 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는 2017·2018년 SAT 시험 날짜 안내 포스터.
3. 올해 수강 가능한 AP 과정 과목들.
4. 큰아이가 재학 중인 학교의 도서관. 시험 기간엔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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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6월 8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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