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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뉴스

865호

WEEKLY CLOSING

대입 제도 개편 시나리오를 바라보며

국가교육회의가 4개 대입 제도 개편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수시·정시 비율과 수능 평가 방식, 수시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적용 여부 등 세 가지 쟁점을 담은 안 중 2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안은 모두 수능 상대평가를 바탕으로 한다.
최저 기준 적용 여부는 2안만 수시에서 활용하되 지금보다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3안은 학생부 위주 전형의 취지를 반영하면서 지원자의 전공 영역으로 범위를 제한했고, 나머지 1·4안은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수시·정시 비율과 관련해서는 1안은 수능 정시 비중을 45% 이상 확대하고, 4안은 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생부 종합 전형의 비율을 동일하게 하자는 주장을 담았다. 2·3안은 특정 전형으로 학생을 100% 선발하지 말자는 안이다.


1·3·4안은 모두 수능 상대평가를 주장한다. 또 최저 기준 적용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는 하지만, 현재처럼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도 교과 전형을 늘리고, 종합 전형의 비율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그동안 수능 한 줄 세우기 상대평가로 학생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학교 교육도 파행적으로 운영되었음을 익히 알고 있을 텐데 이런 시나리오를 만들었으니 학교 교육을 바로 세우려는 의지는 조금도 엿볼 수 없다.
문·이과의 벽을 허물고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만들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그 취지가 빛이 바랜 느낌이다. 내신도 상대평가, 수능도 상대평가다 보니 문·이과 구분은 없어졌지만, 학생들은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공부하기보다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려고 한다.
오는 8월에 발표할 대입 제도 개편안에서 수능 상대평가가 유지되고, 정시 수능 선발 비율이 높아지고,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교과 전형의 비율이 높아진다면 초·중·고 학교 교육은 발전하기는커녕 과거의 암담한 상황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수업 변화와 학생 성장을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교사들은 ‘패싱’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학생 중심이 아닌 교사 중심 수업, 과정이 아닌 결과 중심 평가로 다시 무게중심이 이동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교육이 한 발이라도 앞으로 전진해야 하는데, 수업 변화와 학생 성장을 위해 열정과 헌신으로 함께해온 교사들이 수능 중심 문제 풀이식 수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까 절망스럽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인가. 많은 시간을 허비하다가 4월 11일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이송안을 보낸 이후 매우 급하게 대입 제도 개편안을 논의하고,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다. 대입제도개편특위에서 공론화위원회에 3개 쟁점 내용을 선정해 보낸 과정이나 공론화위원회가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논의의 폭이 좁고 깊이가 얕다.
겉으로 봤을 때는 절차에 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학생들을 입시 고통에서 어떻게 자유롭게 해줄지, 미래 직업인으로서의 역량 강화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안정적 운영에 대한 인식은 있는지, 2022년부터 전면 실시한다는 고교학점제 준비에 관한 논의는 충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입 제도 개편을 ‘왜’ 하려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과연 답하고 있는가.
이제 400명의 시민숙의단이 학생들의 미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교육의 본질을 숙고하고, 아이들의 미래 삶을 그려보자. 수능 절대평가가 시민숙의단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박정근
경기 화홍고 교사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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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근 (경기 화홍고 교사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
  • WEEKLY CLOSING (2018년 06월 8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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