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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67호

REPORTER'S DIARY

“도대체 뭣이 중헌디?”

#1 아이의 체육복에 낯선 이름이 찍혀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누가 자기 사물함에 있는 체육복을 가져가서 자기는 친구 것을 빌려 입었단다. 며칠이 지나도 돌려주지 않기에 “친구는 어떡하냐?”고 물었더니 친구도 알아서 구했을 거란다. 체육 시간에는 반드시 체육복을 입어야 하니 다들 알아서 입는다며 남의 이름이 새겨진 체육복 바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닌다. 자연계의 순환도 아니고 체육복의 순환이라니….


#2 고1 아들을 둔 지인의 이야기. 기말고사 준비를 하며 사물함에 있던 교과서를 집에 가져온 아이. 교과서 몇 권이 없어졌다며 새로 사달라고 그랬단다. 중간고사도 아니고 기말고사인데 이제서야 교과서를 새로 사야 한다니 기가 막히기도 했지만 더 답답한 건 아이의 태도였다. 기말고사가 코앞인데 없어진 교과서에 대한 조급함이 전혀 없더란다. “교과서 안 사줘도 돼요. 프린트 보면 되니까”가 기껏 내뱉은 아이의 한마디였다나?


#3 아이들에겐 거의 전설 같은 엄마, 아빠의 학창 시절. 그때는 학년이나 학기가 바뀌어 새 교과서나 새 참고서가 생기면 책표지는 물론 책등에도 이름을 크게 써넣었다. 꼼꼼한 친구들은 빨리 닳는 책 모서리나 접히는 부분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기도 했다. 수업 내용을 꼼꼼히 기록한 교과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참고서였기 때문. 매일 저녁이면 다음날 시간표를 보며 과목별 교과서와 공책, 준비물을 챙겼다. 모범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했던 하루의 일과였다. 지금처럼 개인 사물함이 없기도 했지만 체육복이나 운동화는 보조가방에 꼼꼼히 챙겼다. 간혹 다른 반 친구에게 빌리기도 했지만 체육 시간이 끝나면 반드시 돌려줬다. 왜? 친구 거니까.


없어진 체육복에 대한 걱정이나, 찾겠다는 생각 대신 체육 시간에 체육복 입으면 됐지 누구 것인들 어떠랴’ 하는 박애주의적 태도도 물건이 바뀌면 180° 달라진다. 만약 그 물건이 휴대폰이었다면? 몇 날 며칠 부모를 졸라서 산 이어폰이나 헤드폰이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등록할 때만 구입할 수 있는 학원 교재였다면?
학교 사물함이 없으면 좋겠다. 학창 시절 공부 잘하던 친구는 책가방 싸는 시간을 미니 예습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가방을 싸며 다음날 배울 내용을 한 번씩 훑는다고. 비록 예습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 저녁 가방을 싸는 작은 일과가 아이들에게 있으면 좋겠다. 그 시간이 내 것을 챙기고 정리하는 마음, 내일의 수업을 기대하고 준비하는 마음(모든 과목이 똑같진 않겠으나), 공부하는 교과서와 공책, 프린트를 한 번 더 펼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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