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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67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일본 대학 vs 한국 대학 정체성까지 시험받는 대입



일본은 외국인 학생의 학교 선택지가 다양한 편이다. 학비나 현지 적응을 이유로 현지 학교에 다니는 외국 학생도 상당하고, 다양한 국적의 국제학교가 구축돼 있어 모국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기도 편하다. 하지만 선택지가 넓다고 해서, 고민이 줄지는 않는다. 결국 사회에 어떻게 진출할지 결정하는 곳이 학교다. 특히 일본은 그 구조가 공고하다. 외국인 학생과 학부모의 진로·진학 고민은 현지 학생의 몇 배 이상이다. 특히 큰 변화를 앞둔 일본 교육 환경에서, 한국 엄마와 아이들의 고민은 다른 외국인 가족과 그 깊이와 폭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2020 대입 개선 앞두고 ‘정보전’ 치열
일본의 대입은 학생의 학업 역량만큼이나 정보력이 중시된다. ‘희망 대학의 합격은 학력과 정보력’ ‘공부만 해서는 합격하지 못한다’ ‘대학 입시는 정보전’이란 글귀가 적힌 포스터가 학교와 학원가 여기저기에 붙어 있다. 또 대입에 있어서만큼은 학교를 신뢰하지 않는 눈치다.
학교·학과별로 제각각인 입학 전형 때문이다. 같은 학부, 같은 학과라 할지라도 학교마다 입시나 센터 시험 과목이 다르다. 시험 채점 방식도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각 대학의 오픈 캠퍼스나 입시 설명회에 참가해 정보를 수집해야 대입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국공립대학 일반 입시는 1·2차 시험을 치른 후 이 두 번의 시험 결과를 종합 평가해서 당락을 결정한다. 1차 시험은 센터 시험이다. 주로 국공립대학이 활용했으나 최근 사립대학의 활용 빈도가 높아졌다. 2016년부터는 사립대학의 90% 이상이 이 시험 방식을 채택했다. 일본 대학은 서열이 공고해, 센터 시험의 정답률에 따라 합격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90% 이상이면 국공립대학과 의과대, 75~80% 이상이면 중상위 국공립대학, 80% 이상이면 최상위 사립대학 합격권이라고 보는 식이다.
한데 이 센터 시험이 2021년부터 크게 바뀐다. 정답을 고르는, 암기한 지식 위주의 시험에서 탈피한다. 국어와 수학은 서·논술형으로, 영어는 쓰기와 말하기를 더한 문제가 출제되며, 명칭도 대학 입학 공통 테스트(가칭)로 바뀐다. 특히 영어는 민간 자격 검정시험 활용을 허가해 2023년까지 대학 입학 공통 테스트와 민간 영어자격시험 중 하나를 선택해 결과를 제출할 수 있다.


일본 대학, 한국 대학 그리고 전학
지금 고2인 딸아이는 개벽 수준인 일본 대입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종전의 센터 시험과 입학 전형으로 대입을 치른다. 빗겨난 세대이지만, 시험 체계 등 학교 교육이 바뀌고 있어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여기에 외국인이다 보니 진로나 진학과 관련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일본의 일반 진학고는 고2 진급 후 문·이과로 나뉜다. 딸아이는 고1 마지막 면담에서 이과를 결정했다. 그런데 봄방학 중 갑자기 한국 대학에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힘들게 일본의 초·중학교 입시를 견뎌 지금의 학교에 다니는 딸이 왜 마음을 바꿨는지 궁금했다. 딸아이는 제 뿌리인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한국 생활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예상치 못한 딸의 말에 앞이 깜깜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한국 대학의 재외국민 특별 전형 정보를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딸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의대는 대다수가 내신 1등급과 상급의 한국어, 영어능력을 요구했다. 5살 이후 쭉 일본 현지 교육을 받은 아이는 한국어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진학고에 다니고 있어 내신 성적도 의대에 가기 충분치 않다.
대입을 위해 한국계 학교로 전학할지 고민이 시작됐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공립 중고일관 진학고인 딸아이 학교와 한국계 학교의 재학생 학업 수준은 꽤 차이가 난다. 대입엔 전학이 유리하지만, 지금 학교에 다니기 위한 몇 년 간의 노력이 아까워 눈물이 났다. 딸도 현재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친구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해 전학에 대한 고민은 접었다.
현지인 못지않게 치열하게 생활해온 만큼 딸과 나는 학교생활에서 외국인임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산을 앞두곤, 일본에 사는 한국인임을 절실히 체감한다. 입시 고민에 더해, 한국인의 정체성에 기반한 선택지가 더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본 학생과 학부모들은 하지 않을 고민을 하면서 더 두껍고 높은 벽을 새삼 실감한다.
또 하나, 재외국민 전형이 한국 학생들에겐 쉬운 길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를 외국에서 입학하려면 한국어와 내신 성적은 기본, 현지어와 영어까지 높은 수준을 갖춰야 한다. 결코 공부를 덜하지 않는 셈이다. 다른 문화에서 성장한 아이들에겐 자신의 정체성을 시험받는 위험 부담까지 있다. 하지만 모국의 문화와 교육을 한 번은 제대로 경험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클 때 선택한다. 이 점을 조금 양해해주면 좋겠다.





1. 딸 학교 졸업생의 진학 결과 그래프. 파란 선이 도쿄대·교토대 의과대 합격생의 내신(센터 시험) 성적이다.
2. 일본의 대입 2차 시험은 논술이다. 쥬쿠(학원)에서 나눠준 기출문제나 유형문제 인쇄물.
3.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대학 입학 공통 테스트(가칭) 운영안.
4. 외국대학 설명회. 미국 대학이 직접 학교로 방문해 진학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가운데가 딸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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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7월 8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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