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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호

WEEKLY CLOSING

전공 적합성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

2007년 이래 학교에서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찾아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자는 흐름이 있다. 반면 수능 준비도 버거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인지 아느냐는 반론도 여전하다.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부 종합 전형 평가 요소에서 ‘전공 적합성’을 아예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의 전공 과정이 다른데, 종합 전형에서 전공 적합성을 반영하면 고교가 비교과 활동을 강조해 교과 수업이 위축되고 고교 교육과정이 대입 맞춤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일부 부작용에도 대학의 전공 적합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수능 문제 풀이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교과 수업이나 비교과 활동에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다양하게 경험하고, 지원 전공에 흥미와 관심이 있다면 대학 입학 후 해당 전공을 더 열심히 공부할 거라는 믿음에서다.


실제 대다수 대학은 종합 전형에서 학업, 인성뿐 아니라 전공 적합성을 주요 평가 요소로 활용한다. 전공에 대한 관심과 이해(감정), 전공 관련 교과목 이수 및 성취도(지식), 전공 관련 활동과 경험(의지)을 통해 전공 적합성을 평가한다. 입학사정관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진로 희망이 중간에 바뀌었는데 불이익이 없는가” “꿈이 없는 학생은 어떻게 하느냐” 등 전공 적합성과 관련한 것들이다. 입학사정관들의 답은 하나다. “꿈은 바뀔 수 있다. 다만 관심 분야 계열에 대한 준비 노력과 경험은 있어야 한다.” 2018년 건국대·경희대·서울여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의 종합 전형 공통 평가 요소 연구에서 전공 적합성을 지원 전공(계열)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 노력과 준비 정도라고 밝힌 바 있지만, 이들 6개 대학 입학사정관을 대상으로 한 모의평가 교육에서도 전공 적합성을 ‘전공’보다는 ‘계열’ 정도로 넓게 해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만약 철학에 관심이 많아 동아리를 만들고 관련 책을 다양하게 읽은 학생이 ‘철학과’가 아니라 ‘기계공학과’에 지원한다면, 화장품 연구원을 희망하며 화학 수업 시간에 화장품을 주제로 발표하고 화학실험 보고서도 주도적으로 작성하던 학생이 ‘화학과’가 아니라 ‘언론정보학과’에 지원한다면, 어릴 적부터 간호사가 되고 싶어 RCY 봉사 동아리 부장으로 다양한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던 학생이 ‘간호학과’가 아니라 ‘경영학과’에 지원한다면 전공 적합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본인의 관심 분야가 아닌 다른 계열의 학과에 지원했기 때문에 계열 적합성, 전공 적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반면 만약 수학·과학 관련 교과 성적이 우수하고 생명과학 연구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 학생이 ‘생명과학과’가 아니라 ‘화학과’에 지원한다면, 국어·사회·한국사 성적이 우수하고 글쓰기 능력이 뛰어나 작가를 희망하던 학생이 ‘국어국문학과’가 아니라 ‘사학과’에 지원한다면, 외교관이 되고자 모의유엔 활동, 외국어, 리더십 등 글로벌 리더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온 학생이 ‘정치외교학과’가 아니라 ‘행정학과’에 지원한다면 전공 적합성 평가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원자의 활동과 경험이 전공 수준은 아닐지라도 계열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전공 적합성 평가는 크게 세 가지를 확인한다. 첫째, 지원 전공에 관심을 보이고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가. 최소한 지원 동기는 분명해야 하고, 해당 전공과 무관한 자격증이나 취업을 위해 지원한다거나 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둘째, 지원 계열에 필요한 과목을 수강했으며 취득한 성적은 우수한가. 대학에서는 자연 계열 학과 지원자의 수학과 과학 교과 성적을 세밀히 살핀다. 그렇다고 고등학생이 대학에서 배울 전공서적인 <경영학원론>을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 셋째, 지원 계열에 대한 관심을 충족하기 위한 활동과 경험이 있는가. 자신의 경험과 지원 전공의 연관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 전공에 맞는 활동을 몇 가지로 제한하지는 않지만, 지원 전공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할 수는 있어야 한다.
다음은 경영학과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진로 희망이다. CEO·마케터·스포츠 에이전트·예술경영자·문화콘텐츠 기획자·경영 컨설턴트·공인회계사·세무사·경제연구원·애널리스트·펀드 매니저·외환 딜러·인사 관리자 등 경영학과에 적합한 활동은 그 꿈만큼이나 다양하다.



임진택 팀장
경희대 수석입학사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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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택 팀장 (경희대 수석입학사정관)
  • WEEKLY CLOSING (2018년 07월 8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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