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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69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후리타’와 학벌주의 공존하는 일본



‘인 서울 대학’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목표이자 심리적 마지노선과 같은 용어로 교육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일본에 비슷한 말이 있다면 아마 ‘인도쿄’가 되겠지만 일본인들에게 이런 개념은 없다. 유명 대학 3개를 물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나같이 ‘SKY’라고 답하지만 일본인들의 대답엔 여러 대학이 혼재한다. 와세다대, 게이오대를 비롯 역사가 깊은 대학을 총칭하는 7개의 구 제국대학을 다양하게 선호하기 때문이다.


52.6%, 대학 진학률 높아지는 추세
구 제국대학은 도쿄대, 교토대, 오사카대, 동북대(도호쿠대), 나고야대, 북해도대, 규슈대를 일컫는다. 이들 대학은 선호도가 높고 일본 전 지역에 고루 분포하기 때문에 교육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대학마다 강점인 학부가 달라 특정 대학의 쏠림 현상도 우리나라처럼 두드러지지 않는다.
일본의 고등학생을 지칭하는 고코세이, 이들의 대학 진학률은 얼마나 될까?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2000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서 2017학년에 52.6%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최근 7년간 하락세를 이루어 68.9%를 기록했다.
이러한 차이는 의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일본인들은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골이나 도시 어디든 일반고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대학을 목표로 한다. 부모들 역시 경제 형편이 어렵더라도 자녀 공부에 헌신적이다. 일본은 그렇지 않다. 자식에 대한 헌신도 일본과 한국은 차이가 크다.
아르바이트 시급이 높은 것도 요인 중 하나다. 참고로 오사카 지역의 최저 시급은 한화로 8천855원. 아르바이트의 종류도 다양해 정식 취업을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학업을 유지하거나 취업을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후리타’라고 부르는데, 사회적 인식도 나쁘지 않다. 후리타 중에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자신의 취미활동에 전부 소비하거나 결혼을 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문제 중 하나로 인식되기도 한다.


취업 중심 학과 선호도 높아, 문과 취업 시장 좋아져
약 10년 전에 발생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취직 빙하기가 찾아오면서 일본에서는 취업에 유리한 이과 학부의 인기가 높았다. 이과에 진학해 석사 혹은 박사학위를 취득해 고위 연구직으로 입사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과의 인기가 이과 학부의 인기를 넘을 정도로 치솟는 중이다. 일본 기업의 재정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문과 졸업생 채용이 증가했고, 이과 계열의 입시 전형이 변경되면서 입학과 졸업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양이 많아지고 어려워져 수험생의 선호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경제 흐름과 사회 변화의 영향에 따라 취업에 유리한 경제, 경영, 법학부, 공학부의 인기가 높다. 반면 이과 중에서는 입학과 졸업이 어려운 데다 취직도 상대적으로 힘든 자연학부나 농학부의 인기가 현저하게 낮다.


관료제인 일본, 여전히 학벌주의 심해
일본은 1980년대에 버블 경제를 맞으면서 한 번 입사한 직원은 가족처럼 대우해 정년 퇴직까지 회사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종신고용’, 먼저 입사한 선배를 대우하고, 실력과 능력에 관계없이 선배보다 먼저 승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연공서열’, 일류 대학을 우선시하는 ‘학벌사회’ 등이 생겨났다.
세계는 컴퓨터와 인터넷, 모바일 기기가 발달하면서 빠르게 변화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세계 변화와 무관하게 1980년대부터 일본을 이끌어왔던 대기업이 사회 전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부 역시 대기업만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 벤처기업은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의 관료 제도 탓에 본인들의 이익과 지위를 지키려면 변화에 무딜 수밖에 없다.
취업에서도 일류 대학 출신이 아니라면 서류 심사에서 떨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대기업 임원의 대부분이 와세다대나 게이오대 출신이며, 경찰 고위간부는 도쿄대 법학부에서만 뽑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즉, 일본 학생들도 대학을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선호 학과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일본은 일류 대학이나 대기업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업을 이어받아 가계를 계승하고자 하는 사람, 정규직은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남을 의식하는 경향이 크다면 일본은 타인의 시선과 인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1. 1905년부터 대를 이어 운영되는 전통 과자 가게. 현대적인 빌딩 속 전통스러움이 돋보인다.
2. 오사카대 기초공학부 일렉트로닉스코스의 가타가와 연구실. 양자 컴퓨터와 전자 스핀 등을 연구한다.
3. 선호도 높은 대학 중 하나인 와세다대의 정문.
4. 일본 최대 규모의 취업 박람회. 이때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취준생을 쉽게 볼 수 있다.
5. 일본 전역에 고루 분포하는 구 제국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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