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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0호

GLOBAL EDU 해외통신원

절대평가·과정 평가에 익숙한 프랑스 고교생



한국에서 입시 실적이 고교를 평가하듯 프랑스 역시 대입 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학교 수준을 대변한다. 고등 교육에 있어서 프랑스와 한국의 목적은 같지만 그 과정은 사뭇 다르다. 한국은 객관식 시험 문제와 상대평가로, 프랑스는 절대평가와 주관식, 서술형 시험으로 평가한다. 대입 부담이 적고 예체능 교육의 기회가 많아 학생 개인의 자율성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은 한국 고교와 가장 큰 차이다. 과열된 사교육, 야간자율학습 없는 프랑스 고교생의 삶을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보자.


한국은 고교 때 문과와 이과를 주로 결정한다. 프랑스에도 계열 선택이 있나? 인문 계열의 취업난이 학생의 선택에 영향을 주나?
일반고는 2학년 때 인문(L), 경제와 사회(ES), 과학(S) 계열 중 하나를 선택한다. 과학 계열에서는 수학과 물리와 화학을, 인문 계열에서는 프랑스와 해외 문학을 비롯해 외국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경제와 사회 계열은 수학뿐만 아니라 법과 경제학을 배운다. 공통 과목은 프랑스어, 철학, 역사 및 지리, 제1외국어, 수학, 체육 등이 있다.
프랑스 또한 순수 문학과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의 취업 시장 선호도가 높지 않아 프랑스 학부모도 고교생 자녀에게 경제와 사회 또는 과학 계열을 추천하곤 한다. 하지만 2016년 대학 학과 지원율 통계에 따르면 법, 경제, 행정학 전공은 12% 감소한 반면, 지구과학 관련 전공 지원율은 5.7%, 인문 사회학은 3.8% 증가했다. 취업에 유리한 전공이 반드시 선호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이는 실무를 배우는 고교나 졸업 이후 취업 전문 과정이 잘 분리돼 있는 프랑스의 특성상 대학 학과 선택이 취업 시장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프랑스 고교는 과목 선택이 자유로운가?
현재까지는 계열에 따른 선택을 했다면 2학기부터는 계열 선택이 없어지는 새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수학-물리-화학, 과학-물리-생명과학, 과학-물리-지구과학, 수학-컴퓨터학, 수학-경제-사회, 경제-사회-역사-지리, 문학-언어, 문학-예술, 문학-철학 총 9개의 전공 분야 중 2개를 선택한다. 3개 선택도 가능하다. 고1 2학기에 선택한 2개의 전공 분야가 자신의 주전공이 되고, 고2~3 때는 2개의 부전공을 선택한다.
고2 때는 수학, 문학, 제1외국어, 제2외국어, 역사-지리, 체육 중에, 3학년 때는 철학, 역사-지리, 제2외국어, 체육 중에 선택한다.
계열 구분은 사라지지만 고등학생은 1학년 때 자신의 전공 과목 외에 주 12 ~15시간을 수학, 외국어, 역사-지리, 체육을, 2학년 때는 불어를, 3학년 때는 철학을 포함한 공통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프랑스 고교의 평가 방법은?
절대평가를 실시하며 20점 만점이다. 10점 이하는 과락이 되며 재시험 대상이다. 61~20점은 TB(tres bien) 아주 잘함, 14~15.9점은 B(bien) 잘함, 12~13.9점은 AB(assez bien) 꽤 잘함이다. 인문 계열에서 TB는 굉장히 받기 힘들다. 특히 교사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는 과목일수록 고득점이 어렵다. 특정 정답이 존재하는 수학이나 과학 같은 경우에는 20점 획득이 가능하다.


어떻게 ‘바칼로레아’와 같은 주관식, 서술형 평가가 가능한가? 한국도 서술형 평가의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객관식 문제에 익숙해 서술형 평가를 부담스러워한다.
문학, 역사, 수학을 어떻게 객관식 시험으로 평가할 수 있나? 암기도 중요하지만, 배운 내용을 응용하지 못하면 죽은 학문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서술한 답안지를 채점하는 과정이 비효율적이고 교사의 주관이 작용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단순한 답을 찾는 능력보다 독창적으로 생각을 전개하는 방법이 요즘 시대에 더 중요하지 않을까? 수학 시험 또한 단순히 답이 맞았다고 해서 점수를 주지 않는다. 채점의 기준은 철저히 답을 도출해내는 과정에 있으며, 답만 적어낼 경우 0점을 받는다. 질문에서 모순점을 찾아 본인 고유의 해법을 찾는 것이 프랑스 교육의 특징이다.


프랑스도 사교육을 받나?
공교육에 대한 절대적 신뢰 때문인지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은 발달하지 않았다. 평준화된 대학 시스템과 추론적 사고를 중시하는 평가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강의 사이트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지만 선행의 의미보다는 바칼로레아를 통과하기 힘든 학생을 위한 보충 학습의 의미가 크다. 다만 극소수 프랑스 엘리트 계층은 그랑제콜 진학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개인 과외를 받는다.
예체능을 배우는 학생은 상당하다. 예술대학 진학이 목적은 아니더라도 음악, 연극, 스포츠 등을 다양하게 배운다.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어 저렴하고 손쉽게 배울 수 있다





1. 프랑스 명문고교인 Louis Le Grand의 성당에서 열린 클래식 음악회.
프랑스는 예술과 문화생활의 접근성이 높다
2. 인터뷰에 응해준 대학 동기 Loic. 법학을 전공하다 철학과로 전공을 변경한 친구다.
3. 바칼로레아 성적표. 20점 만점에 10점을 넘어야 재시험을 면할 수 있다.
4.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 제작한 고등 역사교과서. 균형 잡힌 역사 교육에 대한 두 국가의 관심이 엿보인다.
한국과 일본이 역사 교과서를 함께 만드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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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진 (철학) sirongsae@gmail.com
  •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8년 08월 8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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