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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0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두 달 넘는 캐나다 방학 쉬는 아이와 긴장하는 부모



캐나다의 방학은 예상대로 한국에서보다 여유롭다. 단, 이 여유는 학생일 때 얘기다. 부모 입장에선 두 달이 넘는 방학 동안 긴 하루를 어디서,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이다. 게다가 상급학년 진학을 앞둔 사춘기 자녀가 있는 이민자 가정이라면, 한 집안 두 문화로 인한 문화 갈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서구 특유의 10대 문화와 보수적인 모국 문화가 정면으로 부딪히기 때문. 학생들이 잠시 한숨 돌리는 여름방학, 엄마들에겐 한숨이 끊이지 않는 시기다.


엄마와 딸은 드레스 전쟁
올해 딸의 여름방학은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어 더 중요하다. 6월 말쯤 시작돼 9월 초까지 이어지는 긴 방학,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시간만 흘려보내기 쉽다.
그런데 올해는 여느 때와 좀 달랐다. 내가 학습 위주의 계획을 세우려 했지만, 아이는 자기에게 맡기라고 나섰다. 어긋난 모녀의 방학 계획, 그 신경전은 졸업 전 댄스 파티와 졸업식 준비에서 절정을 이뤘다.
헐리우드 영화처럼 캐나다 역시 졸업을 기념하는 파티 문화가 있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고 교우관계에 예민한 시기, 파티는 아이들에게 작은 전쟁터와 같다. 유행에 걸맞은 드레스를 사야 하고, 구두나 액세서리도 잘 갖춰야 한다.
그런 아이를 쫓아다니다 나도 모르게 “그건 과하다” “학생 신분엔 어울리지 않는다”며 아이가 듣기엔 고리타분한 잔소리를 쏟아냈다. 게다가 아이는 파티와 졸업식은 성격이 다르니 드레스를 두 벌 사야 한다지 않나, 졸업식 전 학교에서 댄스 경연을 해 다른 의상도 필요하다며 친구들과 쇼핑에 나섰다. 우리 부부는 아이의 반항기가 시작되나 싶어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댄스 파티에서 친구들과 섞여 있는 딸아이는 어색함이 없었다. 한 주 뒤 졸업식 장에는 또 다른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서 발 끝까지 한껏 멋을 부린 꼬마 아가씨들이 가득했다. 문득 어른 앞에서 술을 배우게 하는 우리의 문화가 떠올랐다. 이런 파티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른으로 커가는 과정을 가르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도서관 독서클럽이 위안돼
방학의 첫 주와 마지막 주는 캠프, 2주는 봉사활동, 1주는 가족 여행, 1주는 패션 관련 커뮤니티 센터 수업, 나머지 4주는 친구들과 휴식, 쇼핑, 헬스 트레이닝. 아이가 세운 올해 여름방학 계획이다.
학습과 거리가 먼 이 계획표에서 마을 도서관의 여름방학 독서클럽에 가입하겠다는 것만이 내게 위로가 됐다. 캐나다에는 방학 독서클럽이 활성화돼 있다. 특히 게임이나 파티, 시상 등을 통해 재밌게 읽게 하고, 성취감을 준다는 점이 인상 깊다.
방학 한 달 전부터 도서관에서 작은 노트나 시트지를 나눠주고, 등록한 학생들을 불러 영화를 보여주며 도서관에서 노는 것에 익숙해지게 한다. 제목만 적으면 되는 독서일지를 채우면 방학이 끝날 때쯤 해당 지역 시장이 직접 아이들에게 메달과 작은 선물을 준다. 아이가 올해 처음 참가하는 10대 독서 클럽에서는 빙고게임처럼 시트지를 만들게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 무서운 책, 고전, 만화 등 폭넓은 독서를 유도한다. 고교생부터는 어린아이나 이민자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 프로그램도 참여 가능하다. 기차나 비행기를 기다리거나, 바닷가나 공원에서 휴식을 취할 때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서양인들의 모습은 이 같은 조기 교육의 효과가 아닌가 싶다.
운동도 여름방학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이다. 많은 헬스클럽에서 중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2개월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친구들과 헬스장에서 자전거나 러닝머신의 사용법을 배우며 체력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모습은 꽤 낮설었다.


방학은 사실 엄마들에게 그리 반갑지 않다. 학교가 반쯤 나눠주던 양육의 책임을 오롯이 부모가 져야 하기 때문. 일하는 엄마라면 낮 시간을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채워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찮다. 커뮤니티 센터 캠프도 주당 150달러가 훌쩍 넘고, 사설 학원은 월 3천 달러 이상 내야 한다.
휴식에 초점을 맞춘다 해도, 막대한 먹을 거리 준비는 엄마의 몫이다. 놀러 갈 곳은 많지만, 식당이 마땅치 않고 매점도 5시면 문을 닫으니 엄마들은 점심 저녁 도시락 준비로 하루가 모자란다.
게다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친구를 더 챙기고 자기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는 아이와 충돌이 잦아진다. 품을 벗어난 아이를 만나는 것은 기쁘기도 하지만 서운한 면도 있다. 특히 우리와 같은 이민자 가정은 한국과 캐나다의 문화 차이로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이 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에겐 신나는 방학이, 우리 부부에겐 긴장의 연속인 이유다.





1. 졸업식이 끝나고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딸아이.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답게, 친구들의 피부색도 다양하다.
2. 캐나다의 10대들은 여름방학에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10대 대상의 독서클럽 포스터와 활동 시트지.
3. 무인도로 캠프를 떠나는 아이들. 캐나다에선 긴 방학 기간에 일주일 안팎의 캠프를 통해 공부나 탐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4. 이곳의 10대들도 유행에 민감하다. 유행하는 신발을 신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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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8월 8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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