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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5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공부의 어려움도 크지만 그보다는 문화 충격



내 나이 24살, 미국에서 6년을 보냈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6년이라는 시간을 미국에서 보내면서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적응하면 적응할수록 한국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언어와 공부는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기에 한국과 다른 환경과 문화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처음 사용한 계산기, 미국 학생들은 수학 수업의 필수품
미국 고교에서 보낸 2년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업 방식이었다. 미국의 첫 수학 시간에 선생님은 학생들의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문제지를 나누어주셨다. 나는 힐끔 보고 어렵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늘 하던 대로 손과 머리를 사용해 하나둘씩 풀어 내려가다 타닥타닥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모두 계산기를 사용해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계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풀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는데 선생님은 계산기가 없는 나를 발견하고는 자신의 계산기를 빌려주셨다. 난생처음 사용하는 계산기에 굉장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계산기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는 내 얘기에 깜짝 놀라셨다.
계산기의 기능은 일주일이면 습득 가능하지만, 거북이처럼 느린 나의 속도는 좀처럼 빨라지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 내에 풀어야 하는 시험에서 계산기 위 내 손가락은 얼마나 짧고 작게 느껴지던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계산기에는 한컴타자연습과 비슷한 게임이 내장돼 있어 연습을 통해 익숙해질 수 있다. 지금은 공대에 진학했고 계산기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한다. 하지만 계산기에 너무 의존해 단순 계산조차 계산기를 두들기는 나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씁쓸해지기도 한다.


나이나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교사와 학생 관계 가까워
알다시피 영어에는 높임말이 없다. 오륜의 하나인 장유유서 문화에 익숙한 나는 나이가 많은 이들과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려웠다. 미국에서는 길을 걷다가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한다.
낯선 사람과 인사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힘들었던 것은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이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선의를 베풀면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저절로 떨어지는 고개를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며 어색해하는 주위 사람들이 익숙해질 때쯤 나의 허리는 꼿꼿이 펴졌다.
미국 학생들은 선생님과 친한 친구 사이처럼 안부를 묻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개인의 고민이나 사정 이야기를 하는 등 사이가 굉장히 가깝다. 처음 그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수업을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으면 선생님이 따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 학생 중 하나가 나였다. 선생님은 친구처럼 다정하게 먼저 다가왔지만 선생님이 친근한 대상이라기보다는 어렵고 조심스러운 한국 문화에 익숙한 나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매우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새로 만나는 교수님이나 어르신과 이야기할 때면 과한 격식을 차리는 나의 모습을 만나곤 한다.


한국에선 생각할 수 없는 불편하고 긴 통학
미국은 마을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에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해 마을이 띄엄띄엄 형성돼 있다. 덕분에 대중교통이 편하지 않다. 나 역시 미국 유학을 와서 편도 3시간 거리를 통학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반쯤 감은 눈으로 준비하고 전철을 향해 집을 나서는데,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하늘은 어두컴컴했다. 간간히 보이는 차들 사이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30분을 걸어 전철역에 도착해 첫 차를 기다렸다. 그때 올려다보는 하늘의 별과 차갑지만 상쾌한 새벽 공기가 그나마 마음의 위로가 되었지만 6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1년 후 1시간 거리에 있는 가까운(?) 공립학교로 전학했다. 미국의 대중교통 노선과 시간대는 좋지 않지만 시설은 나쁘지 않다. 버스와 전철마다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거치대가 있어 자전거 이용자도 쉽게 대중교통을 탈 수 있어 그나마 통학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6년 전만 해도 버스와 지하철이 대중교통의 전부였지만 최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그에 맞춰 실리콘밸리의 많은 회사들이 대중교통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대표적인 회사가 앱으로 승객과 차량을 이어주는 우버(Uber)와 전기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하는 버드(Bird)다. 자가용이 없는 나에게는 이런 대체 대중교통이 굉장히 도움이 된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관공서에 서류를 받으러 가거나 약속이 있을 때 매우 요긴하게 사용한다.






1. 공학계산기. 계산기를 사용해 그래프를 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2. 애리조나에서 편도 3시간이 걸리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이용한 전철이다. 한국처럼 역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버튼을 눌러야 한다.
3. 고등학교 역사 수업 발표가 끝나고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 선생님과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4.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 버스 앞에 설치된 거치대. 필요 없을 땐 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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