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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7호

REPORTER'S DIARY

교육과정, 학생이 먼저다!

고1인 둘째 아들이 학교 가기 전에 종이 한 장을 내민다. 자세히 보니 2019학년 교육과정 설명회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이다. 이미 1학기 때 1차 조사를 하고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선택 과목 신청서를 제출한 터라 이제 와서 웬 설명회인가 싶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현 고1은 2019학년부터 자신의 진로와 희망에 맞춰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아이의 학교에서는 학교 지정 과목을 제외하고 수학과 탐구, 제2외국어 교과에서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수학은 <미적분>과 <경제 수학> <심화 수학> 중 한 과목을 선택해 3학년 때까지 이수하고, 탐구 과목은 인문사회 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은 사회 2과목과 과학 1과목, 자연 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은 과학 2과목과 사회 1과목을 선택하는 2+1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한데 이를 2학년 때 희망 계열의 탐구 3과목을 수강하도록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다시 학생들에게 선택 과목을 받을 예정이며 학부모를 위한 설명회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 학교에서 배부한 교육과정 편성표를 보고 의아했다. 아들은 자연 계열을 지원할 생각인데 2학년 때 선택할 수 있는 과학 Ⅰ과목이 2개밖에 없고 3학년 올라가서는 과학 Ⅱ과목과 <과학사>, 대학 강의 수준의 <고급물리> <고급화학> <고급지구과학> <생명과학실험> 중에 3과목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작 2학년 때 수강하지 못한 다른 과학 Ⅰ과목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 만약 우리 아이처럼 화학과 생명과학을 선택한다면 졸업할 때까지 물리와 지구과학은 수강할 수 없게 된다. 학생들은 신청자가 많은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공부가 어렵고 소수의 학생이 수강하는 물리에 신청자가 적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물리를 하나도 공부하지 않고 공대를 지원하는 학생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공대는 선발 인원이 많으니 수능 점수에 따라 지원하는 정시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또 수시에서도 한 번의 선택으로 지원할 수 있는 학과가 제한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학부모들의 불만이 접수되고 주변 학교에서도 대부분 2학년 때 계열별로 탐구 3과목을 듣는 방식을 채택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학교가 부랴부랴 과목 편성을 바꾼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과목을 선택할 때 선생님이 “이걸로 하라”고 지정해준 반도 있다고 하니 ‘선택’의 의미가 무색하다. 아들도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라더니 달라진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한마디 툭 던지고 학교에 갔다. 이번 주 마감을 빨리 하고 학교 설명회에 참석해봐야겠다.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까지 학교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어떤 설명회도 없었던 점은 아쉽다. 오히려 학원에서 발 빠르게 선택 과목에 대한 설명회를 했을 정도니 순서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좀 늦었고 절차가 미비했지만 지금이라도 학생들을 위해 바뀌는 것이라면 다행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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