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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7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세 나라의 문화 충돌 속 다름 이해하는 국제학교



국제학교는 영어를 배울 수 있고, 국제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으며,현지인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현지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문화 충돌이 잦다.
두 딸은 미국·영국에 본교를 둔 학교를 다니다 보니 충돌이 좀 더 컸다. 선진적이지만 개방적인 영미 문화권 학교 교육은 학부모를 당황케 하고, 아이들은 현지나 학교와는 다른 가정에서의 한국식 예의범절을 갑갑해한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문화가 더해지면 혼란이 커질 때가 종종 있다. 다양한 문화에 좌충우돌하지만, 그만큼 아이의 시야가 커질 수 있다는 생각에 위로받는다.


편견을 없애준 예방접종 안내문
말레이시아는 다문화 다인종 국가이지만, 국교는 이슬람교다. 이슬람교는 알려졌다시피 가장 보수적인 종교다. 하지만 영미권에 본교가 있는 국제학교는 어느 곳보다 개방적으로 교육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성교육이다. 작은아이는 중1 마지막 학기에 접어든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쭈뼛쭈뼛하게 행동했다. 평상시와 달라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그날 처음으로 받은 성교육 수업이 너무 민망했다고 이야기했다. 남녀의 기본적인 신체 변화부터 특징, 기능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교재로 등장한 특정 신체 부위의 사진이나 그림이 너무 사실적이고 적나라해 교실이 난리가 났다는 것. 아이의 말을 듣자마자 교실 풍경이 눈앞에 그려져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학생들을 어떻게 통제하며 수업을 진행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우리 집에도 성교육 관련 만화책이 두어 권 있어 작은아이가 보곤 했었는데, 그건 학교 수업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았나 보다.
학생의 건강과 직결되는 접종 시스템이 생각보다 체계적이었던 것도 인상에 남는다. 5년 전, 큰아이가 페낭 현지 중국학교에 입학하고 몇 달 뒤, 부모의 사인을 요구하는 안내문을 받은 적이 있다. 자세히 읽어보니 HPV(인유두종바이러스) 예방접종 안내문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이 접종이 국가예방접종이 아니라서 1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내야했는데, 말레이시아는 무료였던 셈이라 적잖이 놀랐다. 말레이시아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우리나라보다 뒤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깨달은 사건이었다. 참고로 이 백신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허기 채우고 배려 배우는 식사 문화
말레이시아의 다인종 다문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식문화다. 태국이나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 식당은 물론이고 불가리아, 독일 등 유럽식 식당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호커’라 부르는 저렴한 가격의 현지 식당에서는 다양한 민족의 음식을 한자리에서 고를 수 있다.
아이들의 도시락 메뉴도 매우 다양하다. 이슬람 국가지만 도시락 재료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닭고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 돼지고기, 소고기 등 모든 재료로 도시락을 쌀 수 있다.
말레이시아 학교에는 ‘캔틴’이라는 식당이 있어 대다수 학생이 이용하지만, 도시락을 선호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우리 집의 경우 큰 아이는 구내식당에서 사먹는 것을 좋아하고 작은아이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도시락을 싸간다. 돈까스, 제육볶음, 떡볶이, 김치볶음밥 등 한식 위주고, 김치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준다. 작은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외로 학교 친구들한테 아이의 도시락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다양한 먹을 거리 속에 배려가 있다는 점이다. 학교 식당에서조차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고기를 재료로 쓴 경우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를 구분해 판매한다. 또 어떤 음식이라도 사용된 재료를 모두 안내한다. 종교적 특성상 필요한 일이겠지만,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배려로 느껴진다.
국제학교를 다니면 문화적 충돌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특유의 다문화는 이를 많이 중화해준다는 생각이다. 일상에서 매일 마주치는 먹을거리조차 여러 사람의 취향을 존중하니 아이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없다.
특정한 재료를 기피하거나 고집하는 사람들을 별나다고 생각하지 않고, 저도 모르는 사이 “너는 그렇구나” 하고 인정하고 배려하게 됐다. 고작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는 곧 제각각 다른 성격, 피부색, 나라를 이해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겪지 않았을 문화 충돌이 힘겨울 때도 있지만, 글로벌 시대에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덕목을 이곳에서 닦고 있다는 점은 큰 위안이다.






1. ‘호커’라고 불리는 현지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메뉴 사진. 사용된 고기를 사진으로 알려준다.
2. 다인종 문화가 녹아든 현지 식당에선 여러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3. 큰아이 학교의 구내식당 전경. 야외 식당이라 에어컨이 없어 덥다.
4. 작은아이가 체험학습으로 간 열대농장에서 친구들과 만든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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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10월 8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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