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내일

뒤로

피플&칼럼

878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전공 방황이 자유로운 프랑스, 와인 비롯 농업 대국



프랑스에서 9월은 개학의 달이다. 2학년에 들어서며 철학과의 인원은 처음의 절반이 됐다. 공부가 맞지 않아 전과를 했거나 유급을 한 동기들이 상당수다.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15%. 프랑스도 매년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가 다가올 때면 특정 전공을 장려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인문학이 덜 홀대받는 프랑스에서도 ‘취업에 유리한 과’가 존재한다는 현실이 씁쓸하다.


프랑스도 취업에 유리한 전공이 있다
프랑스에는 ‘une voie de garage!’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자면 차고행 선로 같은 학과라는 뜻이다. 이 말은 프랑스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미래의 정치인 양성소나 다름없는 고등사범학교는 엘리트 계층으로 가는 하이패스로 여겨진다. 그만큼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아 소수에게만 열려 있다. 단순 취업이 목적이라면 고교 졸업 이후 2년간 전문 기술 자격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직업 교육을 선택한다. 이곳에서는 상업이나 기계 혹은 섬유 산업 등 기술에 가까운 분야를 배운다. 바칼로레아 합격자 중 절반이 선택하는 대학은 취업보다는 배움에 비중을 두는 학생들이 향한다.
그렇다면 차고행 선로와 같은 학과는 무슨 의미일까? 취업형 인재 양성 코스인 직업 교육보다는 덜 보장된 길이지만 대학에도 취업에 유리한 인기 전공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학과가 법·경제·경영 계열이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이 계열 졸업자들은 2년 6개월 후 정규직 근무 비율이 79%에 달한다. 그만큼 취업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의과대학 선호도가 높다. 의사가 되는 길은 매우 어렵지만 사회적 지위와 급여는 한국과 비슷하다.


대학 진학 후에도 이어지는 선택의 기회
프랑스에서도 부모의 권유에 떠밀리듯 학과를 고르는 경우가 허다하며, 대학생 10명 중 3명은 전공 선택을 후회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달리 전공이외의 수업을 의무적으로 선택해 들어야 하고, 한 학기만 이수해도 전공 변경이 수월하다. 그래서 대학 초년생 때는 사회가 장려하는 공부를 하다 여러 전공 교육을 접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을 깨닫게 된다. 철학 혹은 인문학을 최종 선택하는 인원들도 상당하다. 따라서 졸업 연령도 다양하다.
예술, 문학을 비롯한 인문학과는 항상 일정한 수요를 유지한다. 취업에 유리한 학과가 매년 바뀌는 것에 비해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문학은 굳건히 자리를 지킨다는 사실이 놀랍다. 하지만 ‘돈 안 되는 학문’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선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선호도가 높은 전공과 정말 하고 싶은 공부는 다를 수 있다. 20살이 채안된 학생들에게 평생을 규정지을 전공을 선택하라니 가혹하기 짝이 없다. ‘인기 전공’이 남은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전과의 가능성을 통해 학생 스스로의 흥미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게 프랑스는 열정에 대한 자유가 허락된 곳이다. 물론 프랑스 대학도 취업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지만 고교 졸업자 중 취업이 목적인 학생들의 길을 따로 마련해두었기에 가능한 일이
란 생각이 든다. 대학은 누구나 당연히 가야하는 과정이며, 더 나은 취업과 삶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의 시각으로는 프랑스의 시스템이 어색할지 모르겠다.


프랑스 하면 와인, 농업 전공 전망 밝아
패션, 예술, 요리 등 프랑스 유학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에서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1위의 와인 생산국답게 프랑스의 이색 학과를 꼽으라면 양조학과를 꼽을 수 있다. 양조학과는 소믈리에를 양성하기보다는 농업 전문 기술을 배우는 학과에 가깝다.
와인의 시음이나 유통에 앞서 포도 재배나 가공 등의 작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양조학, 포도 재배 환경 전공의 생물학, 보건학 등을 비롯해 와인 시음학, 와인 경영학을 위한 전공이 존재한다니 와인 양조의 전통을 계승하는 나라답다. 포도 생산지로 유명한 보르도나 브르고뉴 대학 등에서 공부할 수 있으며 양조학 국가학위를 이수하기 위해서는 생물학, 화학, 농생·
화학 분야의 학사학위를 취득하거나 농업 전문 기술 자격증(BTSA)을 취득해야 한다.
사실 프랑스는 예술과 관광 이미지에 가려져 농업 강국이라는 사실을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서부의 해양성 기후, 중동부의 대륙성 기후, 남동부의 지중해성 기후를 비롯해 자연적인 국경지대를 이루는 프랑스는 포도주뿐만 아니라 곡물, 낙농, 육우 등 유럽에서 제일가는 농업 대국이다. 게다가 바이오 식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농업을 유지, 관리하는 네트워크가 잘 발달되어 있다. 친환경 농업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 오는 한국인이 드물다는 사실이 아쉽다.







1. 방학이 끝나고 찾은 캠퍼스는 올해 5월의 학교 점거와 시위의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활기를 띠었다.
2. 파리1대학은 언어 전공이 없는 반면 매 학기 외국어 수업을 선택해야 한다. 나는 올해 라틴어와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3. ‘캠퍼스프랑스’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 프랑스 전공별 안내 책자. 유학을 시작할 때 중요한 길잡이가 됐던 자료다.
4. 수확한 햇와인인 ‘보졸레 누보’의 박람회 모습. 와인뿐만 아니라 농산물 시장에 대한 프랑스인의 관심이 인상적이다.

[© (주)미즈내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즈내일
  • 전진 (철학) sirongsae@gmail.com
  •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8년 10월 878호)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