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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81호

REPORTER'S DIARY

칭찬의 기술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났다. 피곤이 상처처럼 남아 있는 아이의 얼굴에서 이중적인 감정을 느꼈다. 몇 주 동안 고생한 딸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엄마의 정성이 부족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책감이 들었다. 대체로 사람들은 칭찬에 인색하다. 나도 다르지 않다. 칭찬은 춤을 출 정도로 해야 약이 된다는데, 언제나 눈금 재듯 한다. 칭찬에도 욕망이 개입하는 까닭이다. 이처럼 계산된 칭찬은 칭찬의 순도를 낮추고 불신을 쌓는다. 믿는 만큼 잘하게 만드는 게 칭찬의 힘이라면 시험 후 쓰러지듯 자고 있는 딸아이를 향한 나의 칭찬은 부족한 믿음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다.


사실 이번 시험의 준비 과정은 나쁘지 않았다. 시험 첫날과 둘째 날은 기대가 더 커지기도 했다. 아이는 교문을 나서자마자 1학기보다 점수가 올랐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성적은 엄마가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은 시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문장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인색한 문장 하나를 보냈다. “나도 좋구나.” 다음날도 아이는 가채점을 하자마자 문자를 보내왔다. 전날보다 답문을 보내느라 시간이 걸렸다. 어떤 답변을 해야 남은 시험까지 여세를 몰아갈 수 있을까. 어제와 다른 칭찬을 기대하는 아이에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칭찬의 수준을 맞추는 기술이 필요했다. 그저 아이가 듣고 싶은 말이면 충분했을 텐데 말이다.
아쉽게도, 설렘과 기대는 오래 가지 않았다. 같은 반 친구 얘기 때문이었다. 전체 7개 과목 중에서 2개밖에 안 틀렸다는 그 친구, 수업 시간마다 꾸벅꾸벅 졸기로 유명한 아이였다. 평소 성실 하나만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딸아이는 낙심이 컸다. 그럼에도 엄마인 나는 ‘성실하다는 너의 장점이 너를 훌륭하게 만들어줄거야’ 이런 말을 건네지 못했다.


그런데 엄마의 구겨진 마음과 달리 딸아이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며칠 동안 이어진 ‘계산된 칭찬’이 백신이 된 것일까. 어떤 칭찬이든 효력이 있는 것일까. 딸아이는 ‘최고의 점수’보다 ‘자신의 노력’에 맞춘 칭찬에 힘을 얻은 모양이다. 지난 1학기 정기고사 이후로 꼬리를 감췄던 자신감과 도전 의지를 되찾은 눈치였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고 한다. 부모의 말은 좀처럼 듣지 않으면서 부모의 행동은 그대로 흉내 낸다고. 그러므로 딸아이의 얼굴은 내 칭찬이 그대로 비친 거울이다. 칭찬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칭찬을 맞추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엄마에게 가르치는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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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남순 리포터 emjns@naeil.com
  • REPORTER’S DIARY (2018년 10월 8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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