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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81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손쉬운 특례 입학? 넘기 힘든 서류의 산



말레이시아에서 초·중·고교를 다닌 학생 중 일부는 한국 대학에 입학한다. 교육비나 졸업 후 취업을 고려한다면 한국 대학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12년 이상 해외에 거주한 학생이 응시하는 특례 입학은 조기 유학생에겐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문턱이 마냥 낮진 않다. 학교생활 내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야 하고, 거주 기간을 입증하기 위한 여러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해외 대학에도 도전할 수 있지만, 국가나 대학에 따라 맞는 전형을 찾고 그에 맞춰 준비해야 해 까다롭다. 외국에서 대학 가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12년 특례 입학, 서류 준비 부담스러워
말레이시아보다 더 더웠던 한국에서 여름을 보내고 페낭에 돌아오니 여기 대학의 입학 소식이 들렸다. 자녀가 한국에 있는 대학에 지원할 경우, 6~7월쯤 입학 원서를 접수하면 9월쯤 당락이 결정된다. 마침 지인의 딸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서 점심식사에 초대받았다.
이 학생은 외국에서 12년간 거주한 자격으로 특례 입학 전형에 응시했다. 이 전형은 여러 혜택이 있어 지원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많다. 나 역시 우리 아이와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한국 대학에 진학할 경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것저것 물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인은 제출할 서류가 많고 까다롭다고 털어놨다. 다른 학부모들도 같은 말을 한다. 지인의 딸은 12년 해외 거주자 자격으로 특례 입학 전형에 응시한 만큼 중·고교 성적표에 초등학교 6년 동안의 성적표도 대학에 제출해야 했다. 6개 대학에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성적표가 보통 1년에 3번 나오니 한 학년에 18장, 6년이면 108장의 성적표를 복사해서 준비해야 한다. 성적표마다 원본을 복사했다는 학교 담당자의 직인이나 사인도 받아야 한다. 성적표 준비에만 상당한 시간과 품이 든다. 이외에 여러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초등학교 서류가 학교에 보관돼 있다면 운이 좋은 축에 속한단다. 준비된 서류는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대사관에 가서 일일이 공증도 받아야 한다.
여기에 성적표 자기소개서 토픽 토익 점수 외 대학에 따라 SAT ACT HSK 한국어능력 시험 점수 등을 추가로 내야 한다. 요구하는 성적이나 서류의 기준은 학교에 따라 다르다. 특례 입학이 한국 내에서 학교를 다닌 학생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입학 문이 낮아 비도덕적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있는데, 이를 막기위해 증빙서류를 까다롭게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성적표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다. 시대에 맞춰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고 나면 바뀌는 말레이시아 비자법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서 비자를 갱신할 때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관련 법이 자주 바뀌는 데다 자녀가 현지학교에 다니면 보호자에게 체류 자격을 주는 가디언 비자 자격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 5년 전만 하더라도 자녀 2명이 현지에서 학교를 다니면, 부모 모두 가디언 비자를 신청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엄마만 이 비자를 얻을 수 있다. 온 가족이 현지에 정착한 경우 아빠는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3개월을 기준으로 다른 나라에 다녀와야 한다. 1, 2년 전에는 2박 3일, 3박 4일만 갔다와도 충분했는데 지금은 일주일 이상 체류하고 입국해야만 여권에 직인을 찍어준다. 한국 기업 현지 지사의 주재원이나 남편처럼 말레이시아에 취업한 경우는 예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0년짜리 장기 비자인 MM2H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하지만 이 비자는 대략 8천만~1억 원 이상의 목돈을 예치해야 해 부담이 크다. 게다가 지난 8월, 전에 없던 의료보험 가입이나 보증금 등 추가사항이 새로 생겼다는 학부모들의 볼멘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타국살이의 고충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앞서 밝힌 특례 입학과 비자 문제는 현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말레이시아로 유학을 결정할 때 교육 환경은 고민하지만, 실제 대입과 생활에서 겪는 애로사항은 간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유학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하나 더 있다. 사실 외국에서 자녀를 둔 학부모의 현실적 고민은 언어다. 현지 학교, 교사, 학부모와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 아이도 커갈수록 교과와 관련한 질문을 하는데, 한국에서 학교를 나온 부모들에게는 내용이 까다롭다. 성적이나 진로와 관련한 교내 상담 프로그램이 잘 구축돼 있지만 언어 문제로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도 공부해야 좋은 환경을 잘 이용 할 수 있는 셈. 다행히 말레이시아는 영어로 소통이 가능해 부담이 적다. 아이를 잘 키우고 가르치려면, 어디서나 부모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1. 국제학교는 상담 프로그램이 잘 구축돼 있다. 교실에서 학부모와 격의 없이 상담하는 교사의 모습.
2. 남편과 나의 말레이시아 비자. 남편이 현지에서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비교적 비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거의 없다.
3. 외국 학교는 학교와 학부모의 교류가 많다. 큰아이 학교의 오픈 하우스 행사에서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이 어울려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4. 말레이시아는 관광객들이 많고, 영어가 공용어라 상대적으로 현지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다. 세계문화유산인 페낭 조지타운의 벽화 골목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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