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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82호

REPORTER'S DIARY

“등교, 행복하게 시키셨나요?”

“○○야, 일어나. 학교 늦어.” “아침은 조금이라도 먹고 가야지.”
“빨리 학교 안 가니?” “학교 가는데 무슨 화장을 그리 해?”
중·고등 자녀를 둔 집은 아침부터 전쟁이다. 늦게 일어나도 목욕하고 화장하고 가는 딸을 둔 엄마들부터 일어나서 집을 나설 때까지 5분도 채 안 걸린다는 아들을 둔 엄마들까지 집집마다 아침 풍경은 다르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여유 있게 아침밥을 먹을 텐데 정신없이 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엄마는 못마땅하면서도 짠하다.


얼마 전 큰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학부모회 주관으로 식생활 개선 캠페인을 진행했다. 아침밥을 먹자는 메시지와 함께 따뜻한 백설기와 꿀떡을 나눠줬다. 정문에서 만난 아이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선생님들과 엄마들이 정문에 서 있는 모습에 당황한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 아이들은 생기 없는 얼굴과 빠른 걸음으로 교문을 통과하기 바빴다.
생활지도부 선생님이 같이 캠페인을 하는 아이들에게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않았느냐고 물으셨다. 아이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눈치였는데 엄마인 내 눈에도 분명 이상한 점이 있었다. 대다수 아이들이 선생님을 봐도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쳐간다. 선생님이 먼저 인사를 해도 멀뚱멀뚱 쳐다보는 아이들이 많다.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캠페인을 하는 학생과 부모들이 “안녕하세요?”를 외치자 당황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선생님이 “뭐가 어색해? 같이 인사하면 되지”라고 말씀하시자 그제서야 아이들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넨다.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교문을 들어서는 아이들도 많다.
“인사하는 아이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는 중·고교 선생님들의 얘기가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니 이해가 됐다. 인사를 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캠페인에 여러 선생님들이 동참하셨다. 그중 등교하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꼭 안아주시는 선생님 한 분에 유독 시선이 갔다. 선생님과 시선을 마주하고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의 하루는 조금은 더 행복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아이들에겐 선생님과의 교감이 학교에 오는 가장 큰 의미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수학 선생님이 좋아서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웠던 것처럼.
문득 우리집 아침 풍경이 다시 떠올랐다. 등교하는 아이의 뒤통수에 대고 짜증 섞인 잔소리를 했던 날이면 우리 아이 역시 생기 없는, 만사가 귀찮고 짜증나는 표정으로 교문을 지나쳤을 것이다. 최근 들은 부모 교육에서 등하교하는 아이를 격렬하게 맞이하라던 강사의 얘기가 피부로 와닿은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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