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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뉴스

885호

WEEKLY CLOSING

학교 현장의 혼란을 바라보며

학교 현장은 몇 가지 사안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첫째, 지난 8월 17일 교육부의 대입 제도 개편 발표로 우리 교육은 과거로 회귀하는 동시에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를 차기 정권으로 연기해 대통령 선거 공약 1호(교육 부문)를 파기하게 되었다. 교육부가 대학에 정시 수능 위주 전형 선발 비율을 30% 이상 확대할 것을 요구한 것은 그동안 점수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고교 교육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온 행보를 주춤하게 했고,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가 2025년으로 연기되면서 고교 교육을 전면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
둘째, 광주와 목포에서의 시험지 유출 사건에 이어 교사와 자녀가 연루된 서울 숙명여고 사건이 터지면서 내신 관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 문제들이 수능 중심 전형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신 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이것이 학생부 종합 전형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쪽에 활용되니 또 다른 혼란이 이어진다.
셋째, 인구 감소와 특성화고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부족으로 전국 대부분의 특성화고가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대규모 미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기 침체와 교육부의 ‘학습 중심형 현장 실습’ 제도가 맞물리면서 오히려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예년의 절반도 못 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중학교에서 특성화고로 진학하려는 학생 수는 급감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진로진학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넷째, 2019학년 수능의 난도 조절 실패로 학교 교육 정상화는 더욱 멀어져가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 혼란 속에서 사교육에 의존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6월 모의평가는 난도가 높았다가, 9월 모의평가는 반대였는데 정작 수능은 최고의 불수능이 되어버렸으니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우리 모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평가 시스템 때문에 교육부는 국민들로부터 또 신뢰를 상실하게 되었다


미래에 대비해 우리 교육 전반을 혁신해나가야 하는 시점에서 현 정부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 정부 때 시작되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자유학기제만이 나름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고, 다른 정책들은 방향을 잃고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2017년 5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현장 교사들은 정부의 교육 정책에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안착을 위해 어떤 의지가 있는지, 대입 제도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고교학점제를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특성화고의 당면 과제 등에 대해서 교육부가 주도적인 태도를 보일지 등과 관련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학교보다 사교육 기관에 의존하는 경향도 더 심해졌다.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성취평가제, 나아가 고교학점제, 고교 체제 변화 등 개혁적인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제들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가 잘 드러나지 않으니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각자 알아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다.
2019년이 되면 2025년 교육과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교육과정의 대규모 변화가 예고되는데 교육과정에 관한 논의만 하지 말고 대입 제도 전반에 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과정과 입시 제도가 한 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현장의 뜻 있는 교사들이 지금 교육 정책의 난맥상을 바로 짚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직간접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한 정책들이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박정근
경기 화홍고등학교 교사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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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근 (경기 화홍고등학교 교사,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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