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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89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졸업식 끝나도 등교 계속 한국과 다른 학제 눈길



말레이시아의 연말연시는 한국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우선 학교생활에 차이가 크다. 춥지 않아 겨울방학은 따로 없다. 대신 현지 학교는 학년말 방학이라는 이름으로 11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쉬고, 1월 초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학교뿐만 아니다. 트리와 장식은 거리 곳곳에 있지만, 반팔을 입어야 하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연휴가 아닌 ‘설’도 낯설다.


학생들에게 1월은 학교 가는 달
특히 초등학교 6학년은 9월경에, 고등학교는 10월경에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졸업 시험을 실시한다. 11월이 한국으로 치면 입시가 끝난 학기말 분위기라 교실 분위기는 아무래도 어수선하다. 그래서 이때 학년별로 국내나 인근 나라로 수학여행이나 졸업여행을 다녀오고, 졸업식은 11월 중순경에 거행한다. 재밌는 점은 졸업식 후에도 학생들이 계속 등교한다는 데 있다. 말레이시아는 방학식을 2주 남겨두고 졸업식을 먼저 한다. 그러다 보니 졸업생들은 식을 하고도, 방학하는 날까지 출석해야 온전히 졸업할 수 있다.
국제학교의 학사 일정은 현지 학교와 유사하지만 새 학년을 시작하는 시기가 다르다. 현지 학교와 달리 8·9월에 새학기를 시작한다. 1월에 시작하는 학기는 한국으로 치면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하는 느낌이라 학부모가 특별히 신경 쓸 일이 없다.
대신 비자와 여권 유효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미성년자인 자녀의 여권 유효기한이 6개월 이하라면, 다른 나라로의 출국이 허락되지 않는다. 최대 유효기간은 5년으로 성인의 절반 수준이라 자칫 시기를 놓치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갱신일을 따져보고, 이를 위해 대사관 공증 일정을 가늠해봐야 한다. 특히 수도가 아닌 지역의 경우 대사관에서 영사를 파견해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의 행정 업무를 처리해주는 ‘영사 순회 업무’ 시기가 따로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한다. 페낭은 1년에 두 번 업무가 진행되는데, 일정을 미리 점검해 공증 신청을 해두면 쿠알라룸푸르에 소재한 대사관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과 경비가 절감된다.
또, 전학할 경우 자녀에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는 전학 시기가 정해져 있다. 페낭 소재의 국제학교는 1년에 두 번, 8·9월과 1월에 신입생을 받는다. 페낭 특유의 환경 때문에 현지 중국 학교에 다니다 국제학교로 옮기는 경우가 있는데, 새 학년을 시작하는 시기가 다르다 보니 전학했을 때 진도를 따라잡거나 친구를 만들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작은아이의 경우 현지 중국 초등학교 졸업 후 국제학교로 진학했는데, 이미 한 학기 수업이 끝난 상태였다.
진도를 따라잡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지만 교우 관계가 형성된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마음고생을 했던 모양이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설 연휴 ‘독특’
학제는 다르지만,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즐기는 것은 같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쇼핑몰 앞 광장에는 화사하게 장식된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다. 그 주변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색색의 소품으로 꾸민다. 처음엔 그런 풍경들이 생경했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는 코끝 쨍하게 추운 날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던 한국에서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지금도, 여전히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는 생소하다.
하지만 불을 환히 밝힌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히잡 쓴 말레이 여학생들을 보고 있자면, ‘그래, 크리스마스지’라는 생각을 새삼 되새긴다. 종교에 상관없이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하구나 싶다.
설 풍경도 독특하다. 페낭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다수 거주하다 보니 명절이나 절기가 우리와 비슷하다. 말레이시아의 공식적인 공휴일은 아니지만, 현지 중국학교는 설 전후로 짧게는 2~3일, 길게는 5일까지 교장 재량으로 쉰다. 이 기간 몇 주 동안 사자탈을 쓰거나 중국 전통악기를 든 학생들이 집이나 콘도, 개인 상점 등을 방문해 춤과 연주를 선보이며 폭죽까지 터뜨린다. 악귀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1년 내내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하는 일종의 신년맞이 의식이다. 설 당일에는 이웃 사람들과 ‘만다린’이라는 우리나라의 귤과 비슷한 중국 과일도 나눠 먹는다. 마치 중국 ‘춘절’ 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페낭에서는 설날에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는 등굣길에 나선다. 아침 식탁에 전이나 떡국을 내놓지 않으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날씨는 눈은커녕 에어컨 없이는 견딜 수 없는 한여름이다. 하루하루 일상은 익숙해 졌지만, 타국에서 살고 있음을 깊이 느끼는 때가 연말연시인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의 방학을 기다리고 있다. 예약만 잘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한국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패딩 없인 외출할 수 없는 추운 겨울, 허리가 뻐근할 정도로 전을 부치는 설이 그리운 걸 보니, 외국생활에서 얻는 향수병이 만만치 않구나 싶다.






1. 말레이시아 중국학교의 중·고등학교 졸업식 풍경.
2.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달력. 우리나라와 비슷한 절기가 모두 표기되어 있다.
3. 설날 전후로 콘도나 개인 상점 등을 방문해 사자탈춤을 추고 폭죽을 터뜨리며 새해의 복을 기원한다.
4. 졸업을 하거나 전학을 갈 때 학급 친구들은 헤어지는 아쉬움을 담아 글과 사인을 교복에 남긴다.
작은아이의 친구들이 정성 들여 써준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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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1월 8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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