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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90호

REPORTER'S DIARY

중등과 고등 사이, 한 뼘은 더 클 중3 아이들

고3도 마찬가지지만 중3 역시 11월 초 기말고사를 끝으로,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끝났다. 그 이후부터 방학을 하는 12월 말까지 수업은 학년말 자기개발시기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뮤지컬과 영화를 관람하고 청와대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코엑스 등을 방문해 문화생활을 즐기고, 연극 수업을 통해 끼를 발산했다. 졸업식 때 상영할 졸업 영상을 찍는다고 반별로 춤 연습을 하고, 콘셉트 의상을 정해 촬영과 편집을 하는 등 아이들은 분주한 학년말을 보냈다.


중3과 고1은 1년 차이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차이는 엄청난 것 같다. 아들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함께했던 친구들이 영재학교로, 과고로, 외고로, 자사고로, 일반고로, 예고로, 드물게는 유학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걸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다. 지난 주말에는 친구들과 유학 가는 친구 송별회 겸 롯데월드에 놀러갔더랬다. 드레스코드를 교복으로 정했기에 주말에 무슨 교복이냐고 했더니 “이제 이 교복도 몇 번 안 입잖아”라며 아쉬움을 내비친다. 폐장 시간까지 열심히 놀다온 아들이 회전목마 앞에서 친구들과 같은 포즈로 인증 사진을 찍었다며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교복을 입은 7명의 학생들이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옆으로 돌아서서 찍은 사진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왜 사진마다 얼굴은 다 가리는지 우리 때와는 정말 다르다. 12시가 다 되어 집에 돌아온 아이가 “엄마, 이렇게 친구들이 다 흩어지네요. 너무 슬퍼요”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그런 아이를 보며 그간 중학교 졸업이 아이에게 주는 의미를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고입 원서를 쓰며 자사고와 일반고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고, 어떤 선택이 아이의 대입을 위한 최적의 선택일지에만 관심을 가졌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특목고 지원과 합격 소식에 아이에게 공부 좀 열심히 하지 그랬느냐는 핀잔과 눈치는 주면서 정작 아이가 고입 원서를 쓰며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전혀 공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감은커녕 “요즘 대학 가기 얼마나 힘든지 아니? 중학교 때처럼 공부하면 절대 좋은 성적 못 받는다”라며 아이의 긴장만 가중시켰다. 그럴 때면 고맙게도 “엄마, 저도 알아요. 진짜 열심히 할 거니까 믿어주세요”라고 말하던 아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는 중학교 3년의 추억을 정리하며 고등학교를 향해 조심스레 한 발짝씩 내딛는 중이었는데, 엄마인 나는 왜 빨리 걷지 않느냐고, 왜 달리지 않느냐고 재촉만 했던 것이다.


나는 그동안 아이에게 부모와 학부모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엄마였을까? 여러 생각이 든다.
“아들아, 미안했다. 네가 충분히 탐색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뒤에서 기다릴게! 그리고 너의 고교생활을 힘차게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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