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내일

뒤로

위클리 뉴스

890호

WEEKLY CLOSING

교육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섬에는 말라리아모기가 많았다. 모기를 없애려고 다량의 살충제를 여러 차례 뿌렸다. 덕분에 모기는 박멸할 수 있었다. 단, 생존력이 강한 바퀴벌레는 끝까지 살아남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이 바퀴벌레들을 먹고사는 도마뱀의 몸속에 살충제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도마뱀들은 운동 신경에 장애가 발생했고, 움직임이 느려진 도마뱀을 손쉽게 잡아먹은 고양이들도 체내에 살충제가 축적되면서 함께 죽어갔다. 마을에 천적인 고양이가 없으니 쥐들의 번식 속도는 더 빨라졌고, 늘어나는 쥐들 때문에 말라리아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이 창궐했다.

애초에 말라리아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다량의 살충제를 뿌린 의도는 선한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의 의도와 달리 살충제로 인해 생태계가 무너지는 신호를 감지했다면 그 선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방역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한 번 무너진 생태계를 이전 상태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일화가 현재 우리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소수의 우수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 정책은 분명 선한 의도로 시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책으로 말미암아 일반고의 교육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면, 더 큰 화를 부르기 전에 전면 수정하는 것이 옳다. 우선 영재고, 특목고, 자사고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자율권을 일반고에도 부여해야 한다. 모든 학교에 동일하게 부여해도 되는 권한을 특정 학교에만 주어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학령인구의 감소로 일반고의 학급이 감축되고, 교사가 줄어들고, 학생 과목 선택권이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영재고, 특목고, 자사고에만 학생 우선 선발권, 학급 수 및 학생 정원 보장 특권을 부여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러한 특권을 바탕으로 전국 4% 남짓밖에 안 되는 영재고, 특목고, 자사고는 선호 대학 합격생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분명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결과의 차이로 말미암아 고교-중학교-초등학교-유치원-영유아 보육에 이르기까지 ‘줄 세우기’가 만연해 있다.

교육의 수월성이 강조되면서 외면해온 교육의 공정성을 재고해볼 필요도 있다. 학생들은 자라면서 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 가정의 경제력에 의해 차별을 당해서는 안 되고, 성적에 의해 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만 특별반 혜택, 도서관 자리 우선 배정, 기숙사 배정, 경시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등의 특권을 몰아주는 학교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의 학교에서 운영하는 공정성심의위원회, 차별금지위원회 등을 다른 학교들도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런데 학교 내의 이러한 노력뿐 아니라 학교 외부 환경의 변화 또한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학도 학생 선발 결과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교육청 중심이든, 독립된 외부기관이든 공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대학의 학생 선발 평가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평가위원들 간의 차이는 없었는지, 모집 단위 내에서 평가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검증받아야 한다. 비록 지난해 모 여고뿐 아니라 여러 학교의 학사 비리에 대한 공분이 있긴 했지만, 적어도 고등학교는 이러한 비위를 잡아낼 수 있는 감시와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이제는 대학의 검증 시스템을 점검해볼 때다.

이와 더불어 교육에 대한 외부 집단의 지나친 간섭 또한 제한되어야 한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三人成虎)’는 옛말이 있다. 물론 외부 집단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교육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구성원들과의 이해관계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계에 정치적 중립은 강요하면서, 정작 본인은 교육을 정치로 풀어나가려고 하는 일부 정치인 또한 교육 생태계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다. 지금까지 교육과정, 대입 전형, 고교 체제 등을 누가 이렇게 누더기로 만들어왔는가? “그만 바꾸자, 많이 바꿔봤다”는 말들이 나오게 한 장본인은 누구인가? 따라서 외부 집단의 한마디에 흔들리는 교육 정책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외부 집단의 영향력이 보르네오섬에 뿌린 살충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일정 부분 억제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학교 교육도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초점이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부여해 선택과 책임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흥미를 가지고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의 관성대로 학교와 교육이 흘러가면 우리가 그토록 강조해왔던 미래 인재는 자라나기 어렵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변혁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주석훈 교장
서울 미림여자고등학교

[© (주)미즈내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즈내일
  • 주석훈 교장 (서울 미림여자고등학교)
  • WEEKLY CLOSING (2019년 01월 890호)

댓글 0

댓글쓰기